[기자수첩] 교육정책, 혼란 반복되지 않기를
[기자수첩] 교육정책, 혼란 반복되지 않기를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8.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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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은 먼 미래까지 염두에 두고 세워야 한다고 해서 ‘백년지계’라 일컫지만 현실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았다.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발에 부딪힌 교육부의 ‘만5세 조기입학’ 정책이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사실상 철회 발언으로 일단락됐지만 씁쓸함을 안긴다.

아이디어 식으로 던져진 정책, 뒤늦은 공론화 주문, 책임자의 사퇴까지. 교육계의 의견수렴 과정은 물론 국회와 사전 협의도 없었던 성급한 정책은 정부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에 생채기를 냈다.

물론 취지는 좋았다. 이른 입학을 통해 유아 단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출발선상의 공정’. 교육과 돌봄을 통합하고 국가책임을 강화해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과 부모들의 부담을 경감 하겠다는 목표는 훌륭했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한번 시행되면 ‘원점’으로 되돌리기 힘들고, 폐기되더라도 해당 정책 적용 학생과 비대상 학생간의 불평등이 야기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만5세 입학’ 정책은 한 살 앞당긴 입학으로 조기 사교육 과열과 특정 연도에서 학생 수가 몰려 입시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야당의 한 의원은 해당 정책을 두고 “진작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면 이 정도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육이 무슨 부침개인가, 학부모와 학생들은 마루타인가”라며 비난했다.

학생을 설익은 정책의 실험대상으로 여긴다는 해당 의원의 말을 단순히 한 사람의 의견 정도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은 해마다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고,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 역시 마이스터고에 우선 도입돼 시범과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교원 수급문제 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제 ‘만5세 입학’이 사실상 철회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이를 대체할 유아 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 유아 무상교육, 유아 의무교육, 유아 학교, K학년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유아 의무교육은 현행 학제인 6-3-3-4에 더해 유아교육 단계를 포함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제도는 모든 유아의 같은 출발선을 보장할 수 있는 반면 재원확보가 어렵고 학부모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유아 교육 공공성 강화 대책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 ‘재혼란’과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의 갈림길에 서있다. 새롭게 마련되는 정책은 선제적인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거친 단단한 토대 위에 수립해 앞으로 수십년을 책임질 교육정책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