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김상현, 실적부진 고리 끊었다…'유통명가' 부활 조짐
롯데쇼핑 김상현, 실적부진 고리 끊었다…'유통명가' 부활 조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8.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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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영업익 1431억, 전년대비 106.3% 성장
주력 백화점 성장 이끌고 컬처웍스 '깜짝 실적'
"바닥 다지기 끝내고 유통 1번지 재도약 준비"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롯데쇼핑]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롯데쇼핑]

김상현 부회장 체제의 롯데쇼핑이 올 2분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대표인 김상현 부회장이 체질 개선과 본업 경쟁력 회복, 미래성장 로드맵 구축에 공을 들인 것이 성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유통 No.1’의 부활 조짐이 엿보인다. 

롯데쇼핑은 5일 올 2분기 실적(연결기준·잠정치)을 공시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82.2% 급증했다. 특히 순이익은 455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면서 올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매출액은 3조90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9025억원)과 비슷했다.

이로써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4% 소폭 줄어든 7조672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431억원으로 같은 기간 106.3% 증가했다. 순이익도 114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롯데쇼핑이 상반기 기준 순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2년간 혹독한 구조 혁신…외부수혈 효과 '톡톡'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점은 지난 2년간 혹독한 구조 혁신으로 체질 개선한 것이 빛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은 그간 비효율적이거나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을 대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다운사이징)을 추진하며 200여곳 이상을 폐점시켰다. 전체 700여개 매장의 30% 수준이다. 

또한 백화점과 마트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차별화한 쇼핑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주류·리빙 등 다양한 전문점으로 구성된 ‘제타플렉스’와 창고형 할인점 ‘맥스(Maxx)’를 꼽을 수 있다. 

과감한 외부수혈도 이 같은 실적 개선에 큰 힘을 보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그룹 임원인사에서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로 김상현 부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업계 안팎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평가 받는다. 백화점 중심으로 이어온 공채 순혈주의를 깨고 유통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유통명가로서의 입지를 곧추세우기 위한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였다. 

김상현 부회장은 취임 후 지난 2월 임직원에게 ‘고객’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선진국에서든 이머징 마켓에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파악하고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달 임직원에게 롯데쇼핑의 비전과 전략을 발표한 자리에서 “롯데는 다시 유통 1번지가 돼야 한다. 고객이 제일 먼저 찾아가고 싶은 유통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조직문화, 조직역량, 포트폴리오 등 3가지 혁신(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보틀벙커를 찾은 김상현 부회장. [사진=롯데쇼핑]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보틀벙커를 찾은 김상현 부회장. [사진=롯데쇼핑]

아울러 백화점, 마트 등 전 계열사의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혁신을 강력히 주문했다. 

롯데쇼핑은 이 외에도 순혈주의가 강했던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에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선임했다.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와 나영호 롯데쇼핑 이(e)커머스사업부 대표도 외부 출신이다. 이우경 CMO(최고마케팅책임자), 현은석 CTO(최고기술책임자) 등도 외부 수혈된 인물들이다. 

◇백화점·컬처웍스, 리오프닝 수혜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기준 실적은 엔데믹 영향에 따라 사업부별로 희비가 교차했다. 핵심인 백화점이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컬처웍스 등이 깜짝 실적으로 성장을 뒷받침했다. 

세부적으로 백화점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3% 증가한 1조5686억원, 영업이익은 27.3% 늘어난 2097억원을 기록했다. 리오프닝(경제 재개) 본격화로 패션 부문 실적이 호조를 보인 영향이 컸다.

마트 상반기 매출액은 0.8% 증가한 2조9223억원, 영업이익은 9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위축이란 악재에도 불구하고 보틀벙거를 포함한 그로서리 경쟁력을 키우면서 주류와 밀(Meal)혁신, 가공식품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컬처웍스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131.7% 증가한 1940억원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리오프닝 수혜와 함께 2분기 대작 영화들의 연이은 흥행이 매출 상승효과를 거둿다. 영업손실 또한 189억원으로 이전보다 축소됐다.

홈쇼핑 매출은 3.2% 늘어난 547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9.9% 줄어든 588억원에 그쳤다.

슈퍼와 이(e)커머스는 부진했다. 슈퍼는 매출액(6815억)이 8.6% 감소하고,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점포 효율화와 함께 내식 수요 감소 탓이 컸다. 이커머스도 매출액(521억)은 7.4% 줄고 영업손실도 945억원으로 좀 더 커졌다. 

하이마트는 매출(1조7287억원)이 11.1% 줄어들고 79억원의 영업손실을 얻었다. 

최영준 롯데쇼핑 재무본부장은 “그간 바닥다지기를 끝내고 다시 유통 1번지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하반기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위축 염려와 환율 등 대외 환경 변화 추이도 면밀히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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