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입학’ 반발에 진퇴양난… 정부, 공론화 카드로 진화
‘만5세 입학’ 반발에 진퇴양난… 정부, 공론화 카드로 진화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8.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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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공론화’ 주문 이어 박순애 장관도 원점 검토 시사
교육부 “폐기는 앞서나가는 것… 공론화 통해 사회적 합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이 ‘졸속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정부가 ‘공론화’ 카드로 진화에 나섰다.

학부모와 교육계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교육부가 뒤늦게 공론화에 나섰지만 ‘정책 즉각 철회’와 ‘만5세 입학 강행’ 모두 쉽지 않은 만큼 새로운 대안 마련에 무게가 쏠린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과 영상 간담회를 개최해 '국가책임제 강화'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시도교육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가책임제 강화'는 유치원-보육원 통합과 1년 낮춘 초등학교 입학연령 등 학제개편을 일컫는다.

교육부의 학제개편 방안은 유아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데다 교육 주체들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논란까지 더해지며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른 입학을 통해 유아 단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지만 역설적으로 ‘조기 사교육’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모으고 있다.

초중등 교육 현실을 외면한 성급한 정책이라는 논란이 일자 전날 대통령실이 ‘신속한 공론화’를 주문한 데 이어 박 부총리는 정책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부총리는 전날 학부모 단체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학제개편은)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폐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교육부가 한 발 물러섰지만 정책에 대한 비판과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의 릴레이 집회는 지난 1일 시작돼 이날까지 계속됐다. 박 부총리가 ‘폐기’를 언급하면서 오히려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교육부로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신속 강구'를 지시하고 박순애 부총리가 직접 추진을 발표했던 학제 개편 카드를 당장 철회하기는 어렵다. 곧바로 정책을 폐기하는 것 역시 성급한 결정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폐기라고 보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이건 무조건 해야 하겠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게 아니라 논의 과정에서 나온 여러 의견과 결과에 대해 오픈된(열린) 생각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교육부는 이번 주에 학제개편 태스크포스(TF) 구성하고 공론화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한다. 설문조사는 물론 전문가 정책연구를 비롯해 이해집단 의견수렴과 지역별 공청회 등도 진행한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이번 위기를 통해 그동안 묵혀뒀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론화 과정에서 만 5세 입학을 포함해 유보통합, 유아교육 강화 등 다양한 공교육 정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대안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