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만든 꽃다발'… 한국 문학 앤솔러지 출간 '성장세'
'이야기로 만든 꽃다발'… 한국 문학 앤솔러지 출간 '성장세'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7.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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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적 주제·다양한 시선 담아 젊은 독자층 높은 호응
(사진=예스24)
(사진=예스24)

한 권의 책 속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앤솔러지(anthology) 출간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앤솔러지란 한 가지 주제나 장르 아래 여러 작가들의 글을 모아 출간하는 선집을 뜻한다. 어원은 '꽃을 따서 모은 것'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앤톨로기아(anthologia). 말 그대로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꽃다발이라는 뜻이다.

앤솔러지는 하나의 테마에 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접할 수 있는 다채로움으로 사랑받고 있다. 평소 관심 있던 작가의 생각과 작품을 따라 읽다 취향에 맞는 작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 역시 앤솔러지의 매력으로 꼽힌다.

◇젊은 작가 이끌고 젊은 독자 따르고… 에세이·소설 앤솔러지 출간 증가

도서 분야 전반에 걸쳐 앤솔러지가 각광받는 가운데 특히 국내 문학 분야의 앤솔러지 출간 증가 흐름이 두드러진다.

28일 예스24의 집계 결과 최근 3년간 국내 에세이 및 소설 앤솔러지 신간 종수는 꾸준히 늘어 왔다. 작년 한국 에세이 앤솔러지 출간 종수는 330종으로 2019년 대비 약 2.7배 증가했으며 한국 소설 앤솔러지 출간 종수는 133종으로 역시 2019년 대비 약 1.14배 늘었다.

앤솔러지 출간 흐름에는 사회적 이슈나 특정 모티프에 맞춰 짧은 글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는 신진 작가들의 활발한 참여가 눈에 띈다. 2012년 이후 등단했거나 첫 소설집·장편 소설·시집을 출간한 작가들 가운데 선발된 총 16명의 예스24 '2022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후보들(김병운·김혜진·문목하·박상영·박서련·백은선·설재인·연여름·우다영·이유리·임솔아·정현우·조예은·천선란·최유안·최지인)만 살펴 봐도 대다수가 앤솔러지를 1회 이상 출간한 바 있는 작가들이다.

젊은 작가들이 주도하는 앤솔러지의 독자층 역시 젊은 세대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가 최근 3년간 한국 소설 앤솔러지 구매 성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유사 연령대인 30대 여성(21.17%)이 가장 많았다. 근소한 차이로 40대 여성(20.31%)과 20대 여성(17.03%)이 뒤를 이었다.

(사진=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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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되는 독자 취향… 상반기 한국 SF소설 앤솔러지 출간·판매 증가

점차 세분화되는 독자들의 취향에 맞춰 장르 문학 앤솔러지 역시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SF소설 앤솔러지의 출간 및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수록되는 앤솔러지의 특징이 SF 장르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예스24가 최근 5년간 한국 SF소설 앤솔러지 출간 종수를 집계한 결과 2017년 한 자리 수였던 출간 규모가 2019년부터는 두 자리 수로 늘었다. 특히 올 상반기 출간된 한국 SF소설 앤솔러지는 13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동안의 출간 종수에 근접했다. 판매량 역시 작년 상반기 대비 50.7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사진=예스24)
(사진=예스24)

시의성 있는 사회적 이슈 담은 앤솔러지 출간 활발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를 발 빠르게 반영해내는 시의성 또한 앤솔러지 출간 특징 중 하나다. 하나의 사안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생각이 담긴 앤솔러지는 독자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슈가 되는 키워드를 비롯해 기후 문제나 젠더 이슈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모험적인 주제에 도전하는 젊은 작가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젊은 소설가 8인의 테마 소설집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는 최근 우리 사회 속 익숙하고 다양하게 사용되는 '관종'이라는 단어와 그 뒤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일인용 캡슐'은 기후 위기를 주제로 지구와 인류의 방향성에 대해 고찰하는 4인 4색 소설이 담긴 앤솔러지다. '네메시스'는 산후우울증을 소재로 한 여성 작가 4인의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작가들의 경험이 투영되어 있어 심리 묘사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