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사하고 싶은 건물주, 세입자에 권리금 줘야
[기고] 장사하고 싶은 건물주, 세입자에 권리금 줘야
  • 신아일보
  • 승인 2022.07.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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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최근 건물을 매수해 건물주가 됐습니다. 문제는 제가 직접 건물에서 장사하고 싶어 건물을 매수한 것인데 기존 세입자가 장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존 세입자를 법률상 문제없이 내보내고 제가 장사할 방법은 없을까요?”

상가 임대차에서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기존 세입자와 계약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즉 세입자의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보호 의무도 새 건물주에게 승계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자신이 직접 장사를 하기 위해 건물을 매입한 경우라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이미 비워진 점포에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하는 경우와 달리 기존 세입자가 있고 계속 장사를 할 계획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하고 싶다면 세입자에게 권리금 상당의 보상을 해주지 않는 한 아무리 건물주라도 세입자를 함부로 내쫓을 순 없다.

권리금이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위치(바닥)에 따른 이점 등을 기준으로 비롯된 금전적 가치를 뜻한다.

기존 세입자가 있는 상황에서 건물주의 발목을 잡는 건 갱신요구권이다.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한다고 해서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가 임대차에서는 최초 계약일로부터 세입자가 10년간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일 세입자가 계속 장사를 하겠다고 버틴다면 건물주가 강제로 거부 방법은 없다.

반면 갱신요구권이 해결되더라도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는 보장해야 한다.

세입자가 10년 동안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계약 갱신이 불가한 상황이나 계약 연장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법률상 건물주는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나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한다면 세입자가 신규 세입자 주선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건물주가 직접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줘야 한다.

기존 세입자가 있는 점포에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법률상 안전할까.

상가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3호에는 ‘서로(건물주와 세입자)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건물주는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충분한 보상으로 계약이 종료된다면 권리금에 대한 부분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건물주는 합의 당시에 갱신요구권과 권리금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세입자에게 해야 법률상 세입자를 안전하게 내보내고 장사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물주가 법률을 무시하고 세입자의 권리금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하기 위해 세입자를 내쫓는 건 법률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위법에 해당한다. 이 경우 세입자는 권리금 보호 의무를 무시한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이란 건물주 방해로 권리금 회수기회를 놓쳤으니 상응하는 금액을 계산해 배상토록 제기하는 일명 ‘권리금소송’을 말한다. 권리금분쟁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권리금소송센터의 ‘2022 권리금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상임법 개정 이후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기 위한 법률상담은 총 416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