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삼국지③<끝>] 소주 1위 하이트진로, 맥주 판 흔든다
[주류삼국지③<끝>] 소주 1위 하이트진로, 맥주 판 흔든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7.28 0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이슬' 견고, '진로' 호조 소주시장 점유율 65% '초격차'
김인규, '테라'로 선전포고…실적반등 기대 속 파업 변수
어느 마트에 진열된 ‘테라’ 등 하이트진로 맥주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테라’ 등 하이트진로 맥주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가 올해 ‘필사즉생(必死卽生)’의 마음가짐으로 소주에 이어 맥주시장 판을 뒤흔든다. ‘테라’를 앞세워 경쟁사에 빼앗긴 맥주 1위 자리를 되찾고 전체 주류시장에서 넘볼 수 없는 지배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주시장 1위 하이트진로는 올 여름을 기점으로 맥주시장 판까지 흔들어 실적 반등 기회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종합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는 국내 최대 소주업체이자 맥주시장 2위 사업자다. 소주는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전체 시장점유율의 65% 이상(증권업계 추정)을 차지하며 오랫동안 주도권을 쥐고 있다. 소주 1위 브랜드 ‘참이슬’ 입지가 굳건한 가운데 서브 브랜드 ‘진로’가 출시 3년 동안 누적 판매 10억병을 넘어서는 등 호응을 얻은 영향이 크다.

진로의 경우 자체 캐릭터 ‘두꺼비’를 활용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협업) 굿즈 출시와 팝업스토어 ‘두껍상회’ 등 2030 MZ세대를 겨냥한 홍보·마케팅 전략이 주효하면서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에서도 지난해 진로 판매량은 전년보다 5% 늘었다. 올 1분기도 8%가량 성장했다. 참이슬과 진로 ‘쌍끌이’ 효과가 하이트진로의 소주 독주 체제를 강화했다. 

맥주는 출시 4년 차의 테라가 주력이다. 김인규 대표는 2019년 3월 테라 출시 당시 “필사즉생의 각오로 5년을 준비했다”며 “하이트의 성공신화를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이후 10년간 오비맥주 ‘카스’에 빼앗긴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한 강력한 의지인 셈이다.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병, 3년간 23억6000만병(330㎖ 기준)이 팔렸다. 코로나 악재에도 인지도를 빠르게 쌓아가며 카스 대항마로 강력히 부상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덕분에 7년 만이자 코로나 첫 해인 2020년부터 맥주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 

테라는 하이트진로가 맥주 1위 석권을 위한 최고 기대주이면서도 동시에 고민거리다. 출시 첫 해만 해도 카스 일변도의 유흥시장에 균열을 내며 좋은 흐름을 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상승 중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대폭 강화되면서 타격은 더 컸다. 이는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이트진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맥주사업 매출액(연결기준)은 2019년 7266억원에서 2020년 8119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7302억원으로 10%가량 감소하며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소주가 1조1565억원, 1조2871억원, 1조2923억원으로 성장을 지속했던 것과 대비된다. 맥주사업 영업이익도 2020년 410억원에서 지난해 177억원으로 급감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사진=하이트진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진로 소주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진로 소주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또한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5.70%에서 지난해 33.15%로 2.55%포인트(p) 줄었다. 올 1분기 매출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31.38%의 비중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19, 경기침체 등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기존 제품을 택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소주는 물론 맥주에서도 동일하다”면서도 “올 1분기 테라의 유흥채널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만큼 여름 성수기를 기점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올 3월 테라의 새 캐치프레이즈로 ‘리바운스(Re-Bounce, 다시 튀어오르다)’를 정한 것과 무관치 않다. 대외적으로 ‘국내 맥주시장 판을 뒤집겠다’고 발표한 점은 오비맥주 카스를 끌어 내리겠다는 김 대표의 선전포고다. 리오프닝(경제 재개) 시기에 맞춰 테라에 대한 김 대표의 자신감도 엿보인다. 결국 남은 하반기 맥주시장 성패가 김 대표의 올해 경영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실적 반등이 최대 과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2029억원으로 전년보다 2.4%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44억원 감소한 1741억원이다. 올 1분기는 매출(5837억)과 영업이익(581억원) 모두 전년 동기보다 9%대의 증가율로 리바운스를 현실화했다.  

다만 코로나 재확산 조짐과 화물연대 불법파업 장기화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특히 이천·청주공장에서 두 달 가량 지속된 불법파업으로 소주 출고율은 평시 대비 60%대로 떨어졌다. 지난 22~23일에는 화물연대 집회로 주류 출하가 일시 중단됐다.

하이트진로는 그럼에도 맥주 중심의 대면 마케팅을 전개하며 전체 주류시장 지배력을 높일 방침이다. 이달부터 강릉·부산·제주 등 여름 휴가지에서 ‘바캉스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8월에는 전주가맥축제와 송도맥주축제, 9월 해운대 센텀맥주축제에 잇달아 참가한다. 소주는 참이슬, 진로를 앞세운 다양한 굿즈 마케팅으로 MZ세대와 접점을 넓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리오프닝 시기를 맞아 참이슬, 진로, 테라 등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실적 향상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