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4년’ 포스코, 기업시민 '물음표'…'사건‧경영‧성과‧성적' 4가지로 살펴봤다
‘최정우 4년’ 포스코, 기업시민 '물음표'…'사건‧경영‧성과‧성적' 4가지로 살펴봤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7.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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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성비위, 내부 문제 드러나…뒤늦은 대책 마련 ‘질타’
지주사 회장 됐지만 책임 ‘꼬리 자르기’ 비판, 지역사회 ‘외면’

체제 근본 변화 시작…친환경 신사업 발판 마련은 ‘성과’
불황에 울고 호재에 웃고…외풍에 흔들린 성적표는 ‘의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기념사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기념사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27일 취임했다. 이후 2021년 3월 재선임 됐다. 이 기간 최 회장은 외부 개입에서 자유로운 경영을 꿈꾸며 기업시민을 내세웠다. 하지만 평가는 부족했다로 모아졌다. 성적은 외풍에 흔들리며 호실적과 추락을 반복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4년 기간 동안 사망사고와 성비위 문제로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경영적인 면에선 지주사 체제를 만들며 신사업 발판을 마련했지만 사건사고 책임 회피 쪽으로 시선이 모아지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배터리 핵심소재 리튬 확보 등 친환경사업을 시작한 것은 하나의 성과로 나타났다.

◇사건은?- 사망사고·성비위 부각…뒤늦은 대책

최 회장 4년간 가장 큰 사건은 근로자 사망사고와 사내 성비위 사건이다. 최 회장인 외친 기업시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은 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 회장 임기 후 포스코에서는 20여명 근로자가 사망했다. 특히 최 회장 부임 직후 온전한 임기 첫해를 보낸 2019년에 사망사고가 집중됐다. 2019년 2월 포항제철소 신항만에서 크레인에 끼인 근로자가 숨졌다. 7월에는 포항제철소 직원이 회식을 마친 뒤 다른 술자리에서 사망했다. 같은달 11일 포항제철소 3코크스 공장에서 근로자가 숨진 채 발견되고 이어 15일 같은 장소에서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도 지난 1월 포항제철소 화성부 3코크스 공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석탄을 운반하는 장입차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포항제철소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잦자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특별감독을 벌여 법 위반사항 225건을 적발하고 4억4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2월 사고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원료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설비를 직접 확인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2월 사고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원료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설비를 직접 확인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최 회장은 2018년부터 3년간 노후설비 교체, 밀폐 공간 시설물 보완 등 제철소 설비개선과 안전전담 조직 신설, 전문가 영입, 협력사 안전작업 수행을 위한 지원 활동 강화, 위험설비 검사강화 등에 1조3157억원을 투자해 현장의 안전 작업환경을 개선했다. 2020년 말에도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아 논란은 계속됐다.

직장 내 성비위 사건도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근무하는 한 20대 여성 직원이 지난달 7일 지속적인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다며 같은 부서 남성 직원 4명에 대해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여직원이 회사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는 등 2차 피해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대책은 뒤늦게 마련됐다. 성윤리 위반 근절을 위한 제도·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성 비위 발생 시 ‘선 인사조치, 후 조사 룰’ 적용 등 계획을 밝혔다. 이후 사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직·간접 관리 책임이 있는 임원 6명을 중징계하고 성폭력 사건에 직접 관련된 직원 4명 중 일부를 해고하는 등 중징계를 내렸다.

◇경영은?- 지주사에 숨은 경영…지역사회 비판

성 비위 사건에 대한 근절 계획을 발표한 인물은 최 회장이 아닌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다. 이는 지주사 설립 때문에 가능했다. 최 회장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각종 사건사고 책임에 대한 ‘꼬리 자르기’가 가능해졌다. 사건사고 발생 시 실질적 책임 문제는 각 사업 대표를 내세우면 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3월2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출범시키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로 나뉘었다.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투자 관리를 전담하는 지주사 체제 전환은 필수라는 게 포스코 설명이다. 그리고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설립하고 미래기술연구원을 수도권에 설치하기로 했다.

포스코 지주사 계획이 알려지자 포항시의회, 포항참여연대 등은 포항 전역에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치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포항 각지에서는 릴레이 피켓시위가 벌어졌다.

경북 포항 시민단체 ‘포항바로세우기 실천운동본부’가 지난 12일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퇴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포항바로세우기 실천운동본부]
경북 포항 시민단체 ‘포항바로세우기 실천운동본부’가 지난 12일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퇴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포항바로세우기 실천운동본부]

최 회장은 결국 포항시민들의 요구를 수용,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포항시민들의 반발은 포스코의 ‘국민기업’이란 정체성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1968년 창립해 ‘제철보국(製鐵報國)’ 정신으로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끈 공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포스코는 2000년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바뀌었지만 시민들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최 회장은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려 했다. 그는 취임 직후 ‘기업시민’을 새 경영이념으로 내세웠다. 최 회장은 그동안 국민기업으로 불리며 외부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대응하는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업시민이란 명칭에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포스코홀딩스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민영화가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됐지만 여전히 국민기업이란 모호한 개념으로 회사 정체성을 왜곡하고 다른 민간기업 대비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국민기업을 왜곡된 주장으로 규정했다.

이에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부모 세대의 피땀과 눈물, 제철보국의 창업정신을 거역하는 최정우 회장의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포항바로세우기실천운동본부는 지난 12일부터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포스코 국민기업 정체성 부정’ 등 6가지 항목을 내세우며 최 회장 퇴출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포스코는 1인 시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성과는?- 근본 체제 변화…친환경 사업 시작

최 회장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한 결정이었다. 지역사회 반발 등에도 최 회장의 주요 성과로 꼽히는 이유다.

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철강,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을 그룹의 핵심 기반 사업으로 꼽았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각 사업 경쟁력 제고, 시너지 창출을 모색해 2030년 기업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다.

최 회장은 포스코홀딩스 출범 이후 첫 글로벌 행보로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 상용화 공장 착공식에 참석했다. 염호 리튬 공장은 수산화리튬 연산 2만5000톤(t) 규모로 오는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총 투자비는 약 9500억원 수준이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에서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게 된다. 최 회장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선제적으로 대량 확보해 양극재 사업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가운데)과 사엔즈(Gustavo Saenz) 아르헨티나 살타주지사(왼쪽), 하릴(Raul Jalil) 아르헨티나 카타마르카주지사가 염수리튬 1단계 착공식을 마치고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하는 모습. [사진=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가운데)과 사엔즈(Gustavo Saenz) 아르헨티나 살타주지사(왼쪽), 하릴(Raul Jalil) 아르헨티나 카타마르카주지사가 염수리튬 1단계 착공식을 마치고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하는 모습. [사진=포스코홀딩스]

최 회장은 친환경 사업을 본격화하며 미래 사업 발판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물적 분할해 수소환원제철,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 친환경 생산체제 전환을 주도한다.

특히 최 회장은 ‘2020 포스코 기업시민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20년 내 수소환원기술 시제품 테스트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환원기술은 제철소 제선공정에서 환원제, 열원으로 사용되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기술이다.

◇성적은?- 외풍에 그대로 ‘흔들’…경영위기 ‘여전’

최 회장의 경영 실적은 전반적으로 외풍에 흔들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 코로나19 등 힘든 경영 환경을 그대로 맞았다. 최근엔 호재로 인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최 회장은 추락한 성적으로 시작했다. 부임하고 온전한 첫해를 이끈 2019년 실적은 떨어졌다. 2019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0.2% 줄어든 3조86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64조3668억원으로 0.9% 감소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고부가가치 제품 월드톱프리미엄(WTP) 판매량은 사상 첫 1000만t을 넘어섰지만 수익 감소를 막지 못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은 직전 해인 2018년에도 언급된 만큼 최 회장은 과거와 비슷한 경영 환경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회장이 5개월 간 포스코를 이끈 지난 2018년에는 매출액 64조9778억원, 영업이익 5조54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에 5조원대 기록과 동시에 최대 실적이었다. 다만 2018년 실적은 최 회장이 한 해 동안 포스코를 이끌지 않은 점에서 최 회장의 온전한 경영 성과로 평가하기 힘들다.

2020년엔 코로나19로 포스코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202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7조7928억원, 2조40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0.2%, 37.9% 감소한 수치다. 당시 포스코는 코로나19에 따른 철강 수요산업이 침체되고 원료가 상승분이 제품가에 제때 반영되지 않아 마진이 하락하는 등 이중고를 겪었다. 현금흐름 중시 경영 관리 체제 전환 등 비상경영에 나섰지만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포스코홀딩스 실적 추이. [그래프=김다인 기자]
포스코홀딩스 실적 추이. [그래프=김다인 기자]

지난해에는 반대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21년 포스코 매출액은 76조3323억원으로 전년대비 3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조2381억원으로 284.4% 증가했다. 영업이익 9조원을 넘은 건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방 산업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자동차용 강판 단가가 오른 영향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액 44조3000억원, 영업이익 4조4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전년대비 각각 28.8%, 15.8% 증가하며 호실적을 나타냈다. 다만 올해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액은 23조원으로 전년대비 25.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5% 감소한 2조1000억원대로 주춤했다.

최 회장은 결국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최 회장은 “신성장 사업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중단없이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위기일수록 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고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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