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③]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주부경영' 반세기, 다시 변화
[원더우먼③]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주부경영' 반세기, 다시 변화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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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경영' 선포, 새로운 활로 찾기 돌입
제주항공·애경케미칼 통합·신사업 확장

8월1일 경영 50년, 영향력 과시…장남 채형석 소통 지속
'여장부·터프우먼' 선제적 변화 추진…포스트코로나 주도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로 단언했다. 실제 최근 경제‧산업계에선 여성 특유의 섬세한 경영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상이 바뀌면서 남성의 강력한 카리스마 경영이 아닌 협업을 중시하는 여성의 부드러운 지도력이 기업 경영의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경제인은 우리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라고 드높였다. <신아일보>는 여성기업인들에게 경영능력을 전수 받기로 했다. 연중기획 ‘원더우먼’ 코너를 마련, 경제계 전체에 전파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 여성CEO를 조명하고 그들의 유연한 경영능력을 습득하는 시간이다./ <편집자 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진=애경그룹]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진=애경그룹]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주부경영에 나선 지 50년을 맞아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한다. 애경케미칼 출범 등 주요 그룹 계열사의 통합·재편을 추진,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RED 경영’을 선포했다. RED는 △Resilience(조직 회복탄력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의 앞 철자를 인용했다.

특히 산업계 화두인 ESG에 그룹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ESG 경영 차원으로는 전 사업 영역에서 EHS(환경·건강·안전) 활동을 강화하고 친환경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고도화를 추진한다. 올해는 신년회를 메타버스(가상세계)로 구현한 공간에서 진행하며 디지털 전환에도 힘쓰고 있다.

이는 오는 8월1일 주부경영 50주년을 앞둔 장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침이다. 장 회장은 1972년 8월1일자로 애경유지공업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지난 1970년 애경유지공업 창업주이자 남편인 채몽인 전 사장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평범한 주부에서 경영자가 됐다.

애경그룹 주요 3사 주가 추이. [그래픽=고아라 기자]
애경그룹 주요 3사 주가 추이. [그래픽=고아라 기자]

장 회장이 처음 경영에 나섰을 때 시댁과 친정, 회사 임원들까지 반대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네 아이의 엄마라는 책임감과 미국에서 유학하며 화학을 전공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반대를 무릅쓰고 경영 최전선에 뛰어든 그는 한국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장 회장은 그동안 경영위기를 쉼 없이 겪으며 국내에서는 ‘여장부’, 해외에서는 ‘터프 우먼(Tough Woman)’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는 이 같은 경영스타일을 바탕으로 대표 취임 1년 만인 지난 1973년 석유파동(오일쇼크)으로 소비 급감, 원료 수급난 등부터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변화를 통해 위기를 헤쳐 성장을 거듭했다.

장 회장은 지난 1987년 애경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애경 창사 50주년인 2004년 실질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만 장 회장은 현재도 회장직을 유지하며 채 부회장과 여전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룹 경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장 회장은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이어 2000년대 들어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지목, 최근 코로나19까지 부침과 논란에도 변화를 모색했다.

2000년대 이후 그룹의 가장 큰 변화는 애경그룹 사옥 이전, 제주항공 설립, 애경케미칼 출범 등 그룹사 통합·재편으로 요약된다.

애경그룹은 지난 2018년 8월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42년 만에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역사에 통합사옥 ‘애경타워’로 이주했다. 이로써 지주사 AK홀딩스, 애경산업, 애경케미칼, 제주항공 등 그룹사들이 한 지붕 아래 모였다. 이를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등으로 새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였다.

애경그룹 주요 3사 실적 추이. [그래픽=김다인 기자]
애경그룹 주요 3사 실적 추이. [그래픽=김다인 기자]

하지만 최근 3년간 실적만 놓고 보면 상황은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애경산업은 홍대사옥 이전 후 영업이익이 606억원에서 지난 2020년 223억원, 지난해 243억원으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이며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일시적으로 급증한 개인위생용품 수요가 정상화 되고 면세점 등 주요 수익원의 수요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애경그룹]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애경그룹]

새로운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2010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이후 성장세를 거듭하며 국내 1위 LCC로 자리 잡았다. 또 메가 LCC를 꿈꾸며 2020년 3월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업황이 불황을 겪자 같은해 7월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020년 영업손실 3358억원에 이어 지난해 3171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적자가 지속되지만 최근 국제선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11월 애경케미칼을 출범시켰다. 애경케미칼은 그룹 내 화학 계열사인 애경유화, 에이케이켐텍, 애경화학 3개사를 합병한 통합법인이다. 애경케미칼은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등 투자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액 4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이는 지난해 기준 애경케미칼 매출액 1조5700억원의 2배 이상, 영업이익 932억원의 3배가량이다.

애경그룹은 사업 변화에 속도를 내지만 후계구도에 대한 변화는 더딘 편이다.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지만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안고 있다. 삼남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는 골프장사업을 맡아오다 지난해 프로포폴(향정신성의약품)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장 회장은 외동딸로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을 뒀다. 오너가 3세인 채문선, 채수연, 채정균, 채문경씨 등은 1990년대생으로 아직 경영 참여를 언급하기 이른 상황이다.

장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선제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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