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끝난 정유업계, 정제마진 급락 하반기 '빨간불'
잔치 끝난 정유업계, 정제마진 급락 하반기 '빨간불'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7.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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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3.9달러 '추락'…재고평가익 손실 전환 우려
시장 불확실성 확대…현대오일 IPO 철회 "대외적악재"
잔사유 고도화 시설 전경. [사진=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 시설 전경. [사진=에쓰오일]

상반기 ‘초호황’을 누리던 정유업계의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익성 핵심지표인 정제마진 급감과 국제유가 하락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정유업계가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25일 증권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셋째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 당 3.9달러로 6월 넷째주 29.5달러에 비해 86.7% 급락했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제외한 가격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다. 정유업계는 통상적으로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본다.

정제마진 급락의 주요 원인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배럴당 127.9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최근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영국 브렌트유 가격도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도 손실로 전환될 전망이다.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은 통상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함께 오르고 떨어지면 함께 하락한다. 유가가 하락하면 비싼 값에 사들인 재고분을 싼 값에 팔아야 해 손실이 발생하는 원리다. 하반기 정유사들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석유제품 수요 둔화는 결국 정유사들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 철회도 이 같은 정유업계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지난 6월29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고 오는 10∼11월 중 상장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금리인상, 경기불황 우려 등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 시장 상황에서 더 이상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급감하고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커지며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는 등 대외적 악재가 많은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는 정제마진 초강세 영향으로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에는 이 같은 초호황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fro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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