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7년의 기다림, 하루의 삶
[기고] 7년의 기다림, 하루의 삶
  • 신아일보
  • 승인 2022.07.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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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아침에 산책하던 중에 배를 하늘로 향해 누워있는 어린 매미를 발견했다. 날개가 돋아나는 우화(羽化)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날개가 온전히 펼쳐지지 못해 그냥 나무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집으로 가져와 풀과 나뭇잎을 넣어 집을 만들어줬다. 

개미의 공격도 피하고, 짧은 매미의 생애와 매미가 주는 교훈을 알기 때문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7년 정도를 애벌레인 상태로 땅속에서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땅속에서 나와 성충이 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간다. 

천적이 없는 저녁 시간에 번데기 상태에서 2~6시간의 탈피의 과정을 거쳐 2쌍의 날개를 달고 자유의 몸이 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과 필연의 결과라는 말처럼 그냥 되는 게 없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품고, 사연을 안고 태어난 매미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수컷 매미는 수명이 암컷보다 더 짧다. 한 여름에 귀를 따갑게 울리는 매미의 소리는 짝을 찾기 위한 수컷 매미의 타는 목마름이다. 

그래서 더 서럽게 울 수밖에 없다. 소음이 아닌 사랑의 세레나데로 여기면 어떨까. 밤에 우는 것은 인간이 만든 불빛의 영향이 크다고 하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매미는 5가지 덕이 있다고 한다. 첫째, 곧게 뻗은 입이 갓 끈과 같고, 이는 학문에 뜻을 둔 선비와 같다고 하여 문덕(文德), 둘째, 사람이 힘들게 지은 곡식을 해치지 않으니 염치가 있다고 하여 염덕(廉德), 셋째, 집을 짓지 않으니 욕심이 없다고 하여 검덕(儉德), 넷째, 죽을 때를 알고 스스로 지킨다는 신덕(信德), 마지막으로 수액을 먹고 사니 청렴하다고 하여 청덕(淸德)이다, 

여기에다 매미가 탈피를 할 때 허물인 껍질은 선태(蟬蛻)라고 하여 약재로 쓰인다고 하니 매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한편 사람은 평균 80여 년이라는 긴 삶을 산다. 

매미와 같은 곤충의 삶과 사람의 삶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매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많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삶이 길다고 생각하여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 길지 않다고 하여 노력하고,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사는 사람. 맹목적으로 삶을 치열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지나가면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므로 늘 의미를 남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의 동기(Drive)는 단순히 생물학적인 반응에서 나올 수도 있고, 처벌과 보상에 따라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안도현 시인의 ‘사랑’이라는 시(詩)에서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기 때문에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사랑이란 이렇게 매미처럼 한사코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이라 했다. 

아침에 발견된 매미가 주는 교훈은 결코 작지 않다. 

관심 덕분인지 매미의 주어진 삶의 30분의 1, 즉 하루 정도 나와 같이 살다가 비련의 삶을 마감했다. 결국 유전자를 남기지 못한 것이다. 매미의 7여 년간의 기다림, 하루의 삶은 우리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울 수밖에 없다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게 한다. 어느덧 뜨거운 여름이다.

/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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