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기관 깜깜이 통신자료 수집 '헌법불합치' 결정
수사‧정보기관 깜깜이 통신자료 수집 '헌법불합치' 결정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2.07.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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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현행법, 가입자 정보 제공 사후 통지 의무 없어…자기결정권 침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동통신사가 수사·정보기관에 가입자의 이름‧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한 뒤 가입자에게 사후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현행법은 헌법에 배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헌재 판결 내용에 따르면 헌재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 등이 ‘위헌’이라는 4건의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법 조항의 위헌성은 인정하지만 바로 법 집행을 ‘무효’로 했을 때 발생하는 혼란을 방지하고, 입법부가 대체 입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입법부가 해당 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2022년 12월31일 이후 효력이 상실된다.

헌재는 “가입자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을 경우에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할 때에도 이 같은 사실이 이용자에게 별도 통지되지 않는다.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가입자의 통신자료 취득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아니고,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헌재 심판 대상인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수사관서(법원 및 검사)의 장 등이 수사, 재판, 형 집행, 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통신자료의 열람 및 제출을 요청할 경우 사업자는 해당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근거로 검찰‧경찰을 비롯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군‧국가정보원 등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이동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는 자료는 서비스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ID), 가입일 등이다.

다만 헌재는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요청해 수집하면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헌법상 영장주의는 체포, 구속, 압수수색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에 적용된다.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