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삼국지②] 여름 벼른 오비맥주, 왕좌 지킨다
[주류삼국지②] 여름 벼른 오비맥주, 왕좌 지킨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7.22 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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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브랜드 '카스' 쥐고 가정시장 점유율 53% '굳건'
배하준 대표, '투명병' 이어 '프리미엄 발포주' 승부수
마트에 진열된 오비맥주 카스 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마트에 진열된 오비맥주 카스 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오비맥주는 코로나19 시기 유흥시장 침체에도 가정채널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내 최대 맥주회사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메가 브랜드 ‘카스’가 굳건한 가운데 올 여름 성수기 대면 마케팅과 논알콜·발포주 등 제품 다각화로 실적을 반등시킨다는 계획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닐슨코리아가 올 2월 발표한 ‘2021 가정용 맥주시장 판매량’에서 오비맥주는 52.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대표 브랜드 ‘카스(Cass)’의 힘이 컸다. 같은 기간 카스 점유율은 38.6%로 2위와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카스는 10여 년간 국내 최대 맥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가 한창인 지난해 3월에는 ‘투명병’ 콘셉트의 ‘올 뉴 카스(All New Cass)’로 과감히 도전했다. ‘카프리’ 이후 투명병을 도입한 것은 약 26년 만이다. 당시 취임 2년 차의 벤 베르하르트(Ben Verhaert, 한국명 배하준) 대표의 승부수였다. 카스 특유의 신선함과 청량함을 시각적으로 더욱 강조하는 한편, ‘녹색병’으로 점유율을 끌어 올린 하이트진로 ‘테라’에 맞불을 놓기 위한 포석이었다. 

투명병 도입 초기에는 업계에서도 안착 여부에 반신반의했다. 1년 이상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성공한 전략이 됐다. 올 1분기 가정시장에서 카스는 40.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오비맥주는 전체 톱(Top)10 브랜드에서도 ‘카스 라이트(4위)’, ‘버드와이저(6위)’, ‘호가든(9위)’까지 총 4개 이름을 올렸다. 가정용 맥주시장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웃돈다. 

오비맥주는 올 들어 MZ세대를 겨냥한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다각화했다. 카스의 경우 하이브리드 밀맥주 ‘카스 화이트’를 지난 4월부터 판매했다. 국내 최대 밀맥주 브랜드 ‘호가든’도 패키지를 리뉴얼하고, 알코올 도수 0.05% 이하의 논알콜 ‘호가든 제로(0.0)’와 과일맛 ‘호가든 페어’, 프리미엄 논알콜 ‘호가든 프룻브루’를 잇달아 내놓았다. 라거 시장에서 쥔 주도권을 MZ세대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정용 밀맥주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다.

또한 수입맥주 ‘버드와이저’의 논알콜 버전 ‘버드와이저 제로’, 자체 수제맥주 브랜드 KBC의 ‘야가 가다’, 아시아나항공과 편의점 CU 간 협업으로 기획한 수제 캔맥주 ‘아시아나 호피 라거’까지 숨 가쁘게 출시하며 가정채널 공략에 많은 공을 들였다.

벤 베르하르트 오비맥주 대표. [사진=오비맥주]
벤 베르하르트 오비맥주 대표.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의 프리미엄 발포주 '오엠지'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의 프리미엄 발포주 '오엠지' [사진=오비맥주]

열세였던 발포주 시장도 재도전했다. 오비맥주는 2019년 초 ‘필굿’을 론칭하면서 당시 발포주 1위 브랜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와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점유율은 2배 이상 벌어진 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배하준 대표는 절치부심 끝에 프리미엄 발포주 ‘오엠지(OMG)’를 이달 선보였다. 맥아 함량이 일반 맥주보다 10% 미만인 발포주는 주세법에 따라 세율이 낮아 가격이 저렴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때문에 젊은층이 선호한다. 오엠지는 고품질 원료를 내세우면서 시중에 판매 중인 발포주 대비 가장 높은 가격대로 책정했다. 소비층 세분화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코로나19 기간 실적이 악화된 만큼 여름 성수기를 발판 삼아 반등을 꾀한다. 최근 3년간 매출은 2019년 1조5421억원, 2020년 1조3529억원, 2021년 1조3445억원으로 하락세다. 영업이익도 2019년 4089억원에서 지난해 2620억원으로 2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유흥시장 위축 탓이 컸다. 국세청에 따르면, 4년 새(2016-2020년) 국내 맥주 출고량은 16.3% 줄었다. 

오비맥주는 정부 거리두기 완화 방침에 맞춰 2분기부터 유흥·가정 채널별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청춘페스티벌 2022’, ‘2022 대구 치맥 페스티벌’, ‘S2O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 공식 후원사로 참가했고, 대형마트 시음행사와 이태원·홍대 클럽 파티, 브랜드 팝업스토어 오픈 등 주류 3사 중 대면 마케팅에 가장 두각을 보였다. 가정시장에서는 ‘카스 제로’, ‘버드와이저 제로’, ‘호가든 제로’를 앞세워 비중이 커진 논알콜 맥주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줬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최근 거리두기 해제 이후 유흥·가정 매출 비중이 5:5에 근접해지면서 양 채널 모두 맞춤형 마케팅에 나섰다”며 “외식시장 소비도 점차 살아나는 만큼 실적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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