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에 카드·보험업계 건전성 '비상'
한은 '빅스텝'에 카드·보험업계 건전성 '비상'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2.07.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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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여력 빠지고 자금조달 부담 가중…추가 금리인상 우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카드·보험업계의 셈이 복잡해졌다. 

단기간 자금조달 비용과 건전성, 자본 확충 등 리스크 관리를 전략적으로 짜야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폭은 가팔라진데다 4월과 5월에 이어 3회 연속 금리 인상도 속도가 빨라져 부담은 더할 전망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속도를 더한 기준금리 인상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과 카드사의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보험사 재무건전성은 3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지급여력(RBC)비율은 은행의 뱅크런과 같이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업법상 100%, 당국은 150%로 권고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보험사 총 RBC비율은 209.4%로 전 분기 말(246.2%) 대비 36.8%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RBC비율은 208.8%, 손해보험사는 210.5%로 각각 45.6%p, 20.9%p 하락했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의 보유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해 채권값은 떨어진다. 현행 보험부채 평가는 원가방식인데 금리가 상승하면 부채 감소 없이 자본만 감소해 RBC비율은 하락하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6월 결산 때부터 잉여액의 40%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진 만큼 RBC비율이 기준치를 밑도는 보험사들도 하나둘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도 상황은 좋지 않다. 통상 기준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신용등급 AA+인 여전채 3년물 금리는 4.366%다. 여전채 금리가 4%를 넘어선 건 2012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에 지난달 NH농협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가 발행한 여신전문금융회사채는 총 1조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6900억원) 대비 57.6% 줄며 반토막 났다.

문제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견된 만큼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9.1% 치솟았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8.8%를 웃도는 수준이며 26~27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금리가 인상된다고 하는데 수신 기능이 없고 회사채 발행이 7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어음, 해외 발행 등 자금 조달도 다변화 했지만 채권 규모 자체가 크다 보니 비율을 낮추는 등의 우회가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