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형 대표 "2024년 본격 수익창출…업계 글로벌 리더 목표"
![아비커스 자율운항 레저용 보트. [사진=현대중공업그룹]](/news/photo/202207/1574598_751680_1957.jpg)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 앞 바다. 레저용 보트 한 척이 시속 40킬로미터(㎞)로 달린다. 보트 앞에는 또 다른 레저용 보트가 다가온다. 달리던 보트는 마주 오는 다른 보트를 피한 뒤 원래 가려던 경로로 되돌아온다. 보트의 방향키를 쥔 운전사는 없다.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의 야심작 아비커스(AVIKUS)의 자율운항 솔루션이다.
자율운항 선박 전문 스타트업 아비커스는 지난 12일 왕산마리나에서 열린 자율운항 보트 시연회를 열었다. 아비커스는 지난 2020년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가 6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설립됐다. 정 사장이 미래 신사업으로 적극 키우는 회사다.
아비커스는 대형 상선 등에 적용하던 자율운항 솔루션을 이번에 레저용 보트에 탑재했다.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의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레벨2 자율운항…레저보트, 스스로 장애물 인식 후 피해
이날 시연회에서는 한 보트에 아비커스 관계자 3명과 취재기자 6명이 함께 자율운항 보트에 탑승했다. 아비커스 보트에 적용된 자율운항은 레벨2다. 레벨2는 지정된 경로로 자율운항이 가능하고 장애물을 스스로 피하지만 반드시 항해사가 탑승해야 하는 수준이다.
선박 자율운항은 1∼4단계로 구성된다. 1·2단계는 항해 보조솔루션이며 3·4단계는 시스템이 전적으로 운항하는 시스템이다. 4단계의 경우 완전 자율운항을 뜻한다.
![아비커스 자율운항 레저용 보트 내부. 조종석에 아무도 없지만 자율운항으로 보트가 운행되고 있다. [사진=이성은 기자]](/news/photo/202207/1574598_751685_2316.jpg)
아비커스 관계자는 출발 전 해도(바다 위 지도)를 이용할 수 있는 태블릿PC에서 보트가 이동할 경로를 설정했다. 해도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면 보트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경로를 자동으로 찾았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설정과 비슷했다.
특히 태블릿PC로 이용하는 전자해도에는 섬이나 암초 등 지형장애물, 수심 정보가 들어 있어 보트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경로를 자동으로 찾는다. 태블릿 PC에서 자율운항 경로를 실행하면 보트가 자동으로 운항을 시작한다.
시연회에서는 보트가 처음 선착장을 나설 때 아비커스 관계자가 직접 운행했지만 출발부터 자율운항이 가능하다.
출발 후 보트에 설치된 두 개의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 영상에는 전방 모습을 비췄다. 모니터 영상은 전방에 있는 장애물들을 네모 칸으로 표시하며 인식했다. 모니터는 15만장 정도 사진 데이터를 미리 자율운항 솔루션에 학습시켜 보트, 부표 등 장애물을 구분해 인식하고 탑승자에게 알려준다.
선착장을 빠져나와 태블릿PC 전자해도에 나타난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자율운항이 시작됐다. 자율운항은 왕산마리나 주변 약 2.5㎞를 도는 코스였다. 조종석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운행 중 전자해도에서 속도 높이는 설정을 바꾸자 자동으로 속도가 올라갔다.
자율운항 중 다른 보트가 마주 보며 다가왔다. 보트 내 모니터에는 전방 다른 보트를 인식했다. 이후 보트가 마주 오는 보트를 자동으로 피했다. 전자해도를 살펴보자 기존 가려던 경로를 벗어났다. 하지만 보트가 다시 설정된 경로로 돌아오며 전자해도상 설정된 경로를 따라갔다.
전자해도상 설정된 선회 구간에서도 보트가 자동으로 방향키를 돌렸다. 보트의 선회는 전자해도에 임의로 특정 지점을 입력해 가능했다. 출발·목적지 입력으로 경로를 자동 설정할 뿐 아니라 바다 위 운항 지점을 임의로 지정하는 웨이 포인트(Way Point) 설정을 통해 운항 경로를 직접 입력할 수도 있다.
![아비커스 자율운항 레저용 선박의 경로를 설정하는 전자해도. [사진=이성은 기자]](/news/photo/202207/1574598_751686_2456.jpg)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자 아비커스 관계자는 태블릿PC로 보트를 조종했다. 직접 조종석에서 방향키를 잡지 않고 보트가 태블릿PC 조종으로 움직였다. 선착장에 정박을 위해 접안할 때는 자율운항이 가능했다. 자율접안을 할 때는 자동차의 360도 서라운드뷰와 같은 화면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보트는 바다 위 물결로 조금씩 옆으로 밀리는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접안했다. 보트가 물결로 미세하게 움직여도 자율운항 시스템이 조금씩 밀려난 상태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세밀하게 조종했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보트 조종 면허 취득한 지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내가 직접 접안하는 것보다 자율운항으로 접안하는 게 훨씬 빠르다”며 웃어 보였다.
◇내년 자율운항 레저보트 상용화…세계 최대 업체 목표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이번에 선보인 자율운항 솔루션 수주를 통해 내년 자율운항 레저보트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고 오는 2024년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사진=현대중공업그룹]](/news/photo/202207/1574598_751692_3134.jpg)
임 대표는 시연회를 마치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레저보트 분야에서는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레벨2 수준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레저보트 상용화를 진행해 레저보트 시장에서 자율운항 솔루션 세계 최대 업체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지난해부터 상용화한 게 레벨1 솔루션인데, 레벨1 솔루션만 현재까지 210개 정도 수주를 받았다”며 “210개 수주를 받은 건 가장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의 수많은 시운전·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준 높은 조종 제어 기술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은 이제 막 시장이 열렸다”며 대형 선박 무인화 솔루션의 경우 오는 2030년 이후 상용화를 예상했다. 크기가 작은 연안 선박은 오는 2026년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보트쇼에 이번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상선뿐만 아니라 레저보트 분야에 자율운항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게 목표”라고 재차 강조했다.
임 대표는 “정 사장이 지주사에서 100% 투자해 아비커스를 설립하도록 하는 등 큰 지원을 해줬다”며 정 사장의 신사업 추진 의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