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험 신호 나오는 해외 건설 수주
[기자수첩] 위험 신호 나오는 해외 건설 수주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7.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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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춰볼 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충분히 위험 사인인 건 분명하다고 본다…상당히 부진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상반기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에 관해 묻자 한 전문가는 이같이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120억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85억달러를 기록한 지난 2006년 후부터 따지면 두 번째로 적다.

2007년 이후 상반기 해외 건설 수주액이 가장 적었던 시기는 2019년(119억달러)이다. 그 해 1년 동안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따낸 공사는 총 223억달러에 그쳤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수치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2020년과 2021년 연속 300억달러 수주를 넘겼던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가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상반기 해외 건설 시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다. 엔데믹 전환 이후 점진적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띄면서 해외 건설 시장 발주 여건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손상 등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넘치는 유동성이 불러온 거센 물가 상승 압박에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잇따라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는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우려도 높아지는 가운데 하반기 해외 건설 시장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이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면 고유가를 기반으로 한 산유국 중심 해외 건설 발주 시장 확대 등 국내 기업의 수주 기회 요인이 상쇄될 것이라는 우려다.

최근 2년여간 국내 주택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두둑한 수주고를 올린 상황에서 해외 수주 감소는 건설사 실적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국내 주택 시장에 의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소규모 정비사업에 뛰어드는 등 이미 국내 주택 시장은 충분히 포화상태에 달했다. 언젠가는 다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는 올해도 해외 수주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고위급 수주 지원, 팀 코리아 플랫폼 구축, 금융‧투자 및 법률 자문 지원 등 전방위적 수주 지원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해외 건설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말의 성찬이 아닌 범정부 차원 실질적인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