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물량 품은 현대건설·삼성ENG, 장기 수주 교두보 마련
아람코 물량 품은 현대건설·삼성ENG, 장기 수주 교두보 마련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7.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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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입찰 인센티브 등 독점적 지위 확보
해외 사업 비중 30% 넘는 중동서 입지 강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왼쪽)이 압둘카림 알 감디 아람코 부사장과 지난 5일 사우디 다란 아람코 본사에서 독점협상대상자 지위 확보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아람코 발주 사업 수의계약과 입찰 인센티브 등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중동 수주 확대 기반을 다졌다. 전문가들은 30% 넘는 건설 해외 수주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에서 이들 회사의 입지가 더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신규 발주 사업에 대한 '독점협상대상자 지위 확보'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 체결에 따라 현대건설은 아람코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산업투자 프로그램 '나맷' 일환으로 발주하는 주요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 대해 수의계약 기회와 입찰 인센티브 등을 얻는다.

현대건설은 이번 협약을 해외 수주 디딤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아람코가 사우디에서 발주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일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수주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해외 사업 수주 잔고는 26조858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우디에서 중장기적으로 발주가 예상되는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에서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다"며 "중동 지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해외 수주 확장의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과 압둘카림 알 감디 아람코 부사장 등이 지난 5일 사우디 다란 아람코 본사에서 나맷 프로젝트 관련 협약을 맺었다.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도 글로벌 EPC 기업들과 아람코 프로젝트에 대한 수의계약 지위를 얻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 시장 경험과 발주처·협력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동 수주 강자로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 1분기 기준 수주 잔고 중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비중은 4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아람코 발주 물량에 대한 선제적 지위 확보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에 장기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국내 건설사의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에서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액 중 36.7%가 중동에서 나왔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나맷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과제 중 EPC 사업을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우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람코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독점적 입지를 확보했다는 것 자체로 장기적으로 해외 수주를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협약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작년 9월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나맷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만큼 이번 협약이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새로운 호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현대건설 주식은 3만8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5일 종가 4만500원 대비 4.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도 7.7% 내렸다.

강경태 연구원은 "수주가 늘 수 있다는 것 자체는 호재지만 이미 작년 9월부터 예고된 이벤트"라며 "시장도 이를 알고 있어 크게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