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서 불편한 심경 그대로 드러내… 박순애엔 "고생했다"
여권 내서도 비판 목소리… "서로 내로남불이라 지적, 참담"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최근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인사 논란에 정면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들 중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맞받아쳤다.
'사전에 충분히 검증 가능한 것들이 많았다'는 지적에는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라"며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인사는 결국 대통령 책임'이라는 지적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평소 대여섯 개의 질문에 답을 해온 윤 대통령은 이날 단 두 개의 질문에만 답하고 자리를 뜨며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박순애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는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며 "소신껏 잘하시라"고 말했다. 이에 박 부총리는 미소 없이 굳은 표정으로 목례했다.
거듭해서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과하다고 주장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자세를 낮춘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인사 문제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역시 귀 기울여서 듣고 있다"며 "여러 잡음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에 대한 지적, 비판, 이런 것들은 다 잘 듣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박순애 장관에서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발언한 데 대해서도 "지명 40일 만에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니 위로하는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 검증이 아니라 기준이 문제라는 지적에는 "여러 지적을 잘 보고 있다"며 "전문성과 역량 있는,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해서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서 열린 당·정·학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 정부 인사에서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는 말은 자기 모순"이라며 "본인도 문재인 정부 인사가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연이은 검증 실패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하고, 인사권자로서 결자해지는 못할 망정 완전히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이날 SNS에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실패 논란과 관련해 "여야가 50보, 100보의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 지적하는 작금의 상황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와 다를 게 없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해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여야가 음주운전 전과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당의 대표로 추대하는 상황에서 어찌 음주운전을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