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자동운용 제도 도입…시행령 국무회의 의결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노사가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그동안 퇴직연금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왔다. 때문에 노후 대비라는 퇴직연금 본연의 목적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낮은 수익률의 원인으로 꼽혔던 소극적 운용 형태가 개선될 수 있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퇴직연금은 연평균 6~8%의 안정적인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5일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은 오는 12일부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 정부는 이날 디폴트옵션의 주요 내용을 규정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퇴직연금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확정급여형(DB)까지 포함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95조6000억원이다. 2018년 190조원에서 불과 4년 새 100조원이 더 늘었다. 이 가운데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DC형과 IRP의 적립금은 124조1000억원이다.
다만, 규모에 비해 수익률은 저조하다. 지난해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은 2%로 소비자물가상승률(2.5%)에도 못 미쳤다. 특히 원리금을 보장하는 상품의 수익률은 1.35%에 그쳤다. 6.42%의 수익률을 기록한 실적배당형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중 원리금보장상품 적립금은 255조4000억원으로 86.4%의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실적배당형은 13.6%에 불과한 40조2000억원에 머물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적극적인 운용이 필요한데, 많은 가입자들은 저금리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고 그대로 놔두는 등 소극적으로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디폴트옵션 운용 방법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마련한다.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당국은 승인이 완료된 첫 디폴트옵션 상품이 10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마련된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신규 가입하거나 만기 도래 후 6주간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자동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으로 연금이 굴러가고 있더라도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다른 방법으로 운용 지시를 할 수 있다.
또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디폴트옵션은 위험자산한도 70% 규제를 받지 않고 적립금 전액(100%)을 운용할 수 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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