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오랜 신뢰' 선진 이범권, 수익성 악화 '부담'
'김홍국 오랜 신뢰' 선진 이범권, 수익성 악화 '부담'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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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핵심기업 '20년째' CEO…외형 커졌지만 영업익↓
1년 전 '글로벌 식품기업 도약' 공언, 해외 매출 비중 후퇴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 [사진=선진]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 [사진=선진]

하림그룹의 사료·양돈 계열사 선진이 코로나19 속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여 전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야심차게 내세웠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후퇴했다. 김홍국 회장의 오랜 신뢰를 얻고 있는 이범권 총괄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진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이범권 총괄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코로나 첫 해인 2020년 1075억원에서 지난해 863억원으로 20%가량 떨어졌다. 올 1분기는 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31억원보다 13.4% 줄었다. 순이익 감소 추세는 이보다 더 크다. 2020년 851억원에서 2021년 424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선진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하림지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홍국 회장은 하림지주의 최대 지분(22.95%)을 갖고 있다. 

선진 관계자는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베트남 돈가가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지만 지난해에는 돈가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이익이 줄어든 것”이라며 “순이익 감소는 환율 여건이 좋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도 만만치 않다. 선진은 지난해 7월 2025년까지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전체의 36%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이범권 사장은 이를 통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공언했다. 선진은 국내뿐만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 중국, 미얀마, 인도 등 해외 5개국에서 사료·축산 사업을 영위 중이다. 

선진의 IR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 매출액은 2019년 3504억원, 2020년 4251억원, 2021년 4757억원이다. 매출은 성장세다. 하지만 전체 매출 대비 해외사업 비중은 각각 34.55%, 31.53%, 27.7%로 감소했다. 이 총괄사장의 공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선진 관계자는 “계열화가 주된 전략인 만큼 내부거래 규모가 큰데, 내부거래가 제거된 사업보고서로는 해외 매출 비중이 올라갔다”면서도 “IR 보고서는 각 사업장별 실적에 중점을 둬서 내부거래 제거를 하지 않고 단순 비교하다보니 해외 비중이 낮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IR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동일 기준으로 작성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은 2002년 대표 취임 후 현재까지 20년째 회사를 이끌면서 김홍국 하림 회장에게 오랜 지지를 얻고 있다. 

2007년 하림에 편입된 선진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도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액(연결기준)은 1조140억원에서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1조3481억원, 지난해에는 1조718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기간 글로벌 물류대란과 육류 소비 급증으로 사료가격과 단백질 공급원 가격이 오르면서 회사 규모가 커졌다. 특히 김홍국 회장이 강조한 ‘수직계열화’ 영향이 컸다.

양돈의 수직계열화는 사업자(사료 생산업체)가 일반 농장에 돼지 사육을 위탁하고, 일정한 수수료 지급과 함께 기술지원과 사양관리, 여신 등 다양한 축산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경영 안정을 꾀하는 방식이다. 최대 목적은 사료 판매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이다. 돼지값이 올라 식육사업에 어려움을 주더라도 사료사업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선진은 위기 속 몸집을 키웠지만 수익성은 급감하면서 이 총괄사장의 입지가 다소 불안해졌다. 이 총괄사장은 남은 하반기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사업 강화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선진 관계자는 “우크라 사태 등으로 급등한 곡물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고품질 사료 개발과 원가 개선에 노력하고, 해외사업 목표 달성의 핵심인 베트남에서 양돈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