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이지 않는 질식사고!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기고] 보이지 않는 질식사고!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22.06.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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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안전보건공단 경기서부지사 안전보건3부장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라는 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이 있다. 사업주,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할 때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우리 주변의 위험에는 눈에 보이는 위험이 있는 반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다. 눈에 보이는 위험은 쉽게 인식할 수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은 인식하기가 쉽지 않아 더 위험하다.

여러분들도 주변의 위험을 사전에 보지 못해서 사고가 날 뻔 했거나 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위험에 대하여 아는 것이 중요하며 사전에 위험을 파악하고 대비한다면 크고 작은 사고로부터 예방이 가능하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중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 중의 하나가 밀폐공간에서의 산소농도가 급격히 낮아지거나 유기물의 부패로 인한 유해가스 배출에 의한 질식사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표적인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질식 사고는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일반사고에 비해 40배가량 높은 치명적 사고로, 매년 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맘때면 언론을 통하여 여름철 질식에 의한 사망사고 보도를 많이 접하게 된다. 질식을 일으키는 유해가스는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으며 한두 번의 호흡으로도 순식간에 쓰러지고 사망에 이를 수 있게 한다. 앞서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가스의 특징을 알고 위험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질식을 일으키는 유해가스는 질소, 아르곤,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탄산가스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또한 분뇨, 오수, 펄프액 및 부패하기 쉬운 물질을 휘저을 경우 황화수소, 암모니아, 탄산가스가 급격히 발생하여 중독됨으로서 작업 중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현장의 작업자들은 가스의 특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현장점검을 하다보면 사업장 관계자들이 밀폐공간의 개념을 이해할 때 사방(四方)이 막혀 샐 틈이 없는 공간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 사망사고 현장을 조사해 보면 사방이 막혀진 공간이 아닌 장소에서 사망한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밀폐공간'의 의미는 산소결핍,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로 환기가 불충분한 장소를 말한다. 사방이 막혀있지 않더라도 환기가 불충분한 장소에서 질식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작업과정 중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조성되거나 유해가스가 발생될 수 있는 공간도 밀폐공간으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식사고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한 번의 사고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작업 중 옆에 있는 동료가 쓰러지면 안전조치 없이 무작정 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2차, 3차로 한꺼번에 여러 명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소에 질식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동료를 구하기 위해 밀폐공간에 들어 갈 경우에는 반드시 충분히 환기를 하고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고 구조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을 보지 못한다면 한순간에 사망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매년 20여명이 반복적으로 생명을 잃고 있는 질식사고! 앞으로 다가올 여름철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단 한건의 질식사망사고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병길 안전보건공단 경기서부지사 안전보건3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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