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유 관세 만질 때다
[기자수첩] 원유 관세 만질 때다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6.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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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휘발윳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자고 나면 연일 오르는 휘발윳값 때문에 하루라도 먼저 기름을 채우는 게 이득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들린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ℓ)당 2124원을 돌파했다. 서울 강남, 여의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3000원 이상 받는 곳까지 등장했다. 화물·물류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일반 서민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류세 법정 최대 한도 인하’ 카드를 꺼냈다. 현행 30%인 유류세 인하 폭을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한다는 조치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체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 인하율은 리터당(ℓ)당 57원에 불과하다. 연비 10킬로미터(㎞)인 차량을 하루 약 40㎞ 주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월 추가 인하액은 7000∼8000원에 그친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유류세 인하 체감 효과는 더욱 제한적이다.

여야는 유류세 법적 최대 인하 폭을 30%에서 50%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거나 인하 폭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산유국 중 유일하게 외국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산유국인 미국과 칠레는 정부 차원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명분도 없다.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원유 관세를 없앨 경우 기름값은 최대 2.7%, 소비자물가는 0.244%포인트(p)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라도 원유 관세를 없애거나 낮춘다면 그 기대 여파는 소비자 물가 전반에 미친다. 현 상황에서는 유류세 인하보다 원유 관세를 낮추는 게 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원유 관세를 없애거나 낮춘다면 세수가 대폭 줄어든다. 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조치임이 분명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민생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고유가 상황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가 없다”며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음을 시사했다. 휘발윳값 폭등에 대한 방안은 없다는 얘기다. 이젠 윤 대통령의 경제 대응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원유 관세 철폐라는 실질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신아일보] 최지원 기자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