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날 128주년 ④] 배은선 철도박물관장 "아픈 시작 행복한 결말"
[철도의날 128주년 ④] 배은선 철도박물관장 "아픈 시작 행복한 결말"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6.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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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 간섭 역사 딛고 이뤄낸 '세계적 수준 기술 발전' 성과 주목
국민 삶에 녹아든 철도, 친환경 시대 가장 적합한 교통수단 확신
배은선 철도박물관장이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 했다. (사진=천동환 기자)
배은선 철도박물관장이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서 신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철도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영광의 순간을 모두 품고 있다. 일제 강점기 자원 수탈 수단으로 이용된 철도는 광복 후 산업화 역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열강의 기술로 제작된 증기기관차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KTX까지 차량도 진화를 거듭했다. 철도의날 128주년을 기념해 국토 혈맥을 잇는 철도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배은선 한국철도공사 철도박물관장은 자타 공인 철도 박사다. 옛 철도청 시절 역무원에서 시작해 주요 역장을 거쳐 철도박물관장을 맡기까지 그의 철도 사랑은 뜨겁고 치열했다. 배 관장을 잘 아는 한국철도 직원들은 그의 열정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3년 전 철도의날 세상에 나온 책 '기차가 온다'에는 철도에 대한 배 관장의 탐구 결실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서 만난 배은선 관장은 한국 철도의 발전 과정과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배 관장은 외세의 간섭 속에서 시작된 한국 철도가 부인할 수 없는 아픔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철도의 현재와 미래임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 철도는 국민 삶과 국가 발전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 됐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배 관장 역시 '고물을 보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철도박물관을 운영하며 철도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은 배은선 철도박물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정리한다면?

120년 넘은 긴 역사다. 비록 일본에 의한 출발이었지만 조선 내에서도 자주적인 움직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 고종 임금은 분명 우리 국토에 철도를 놓아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다만 당시 우리나라는 자본과 기술이 부족했다. 때문에 외세에 의해 처음 철도가 도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나라를 수탈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국내에 조성한 철도가 우리나라 근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근대화를 위해서가 아닌 일본의 제국주의적 욕심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어폐가 있다.

광복 후 전쟁을 겪으며 피란민을 싣고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면서 철도가 다시 민중 품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에는 자동차와 도로 등을 키운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철도가 다소 침체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들어 고속철도가 도입되고 국내에서 상용화하며 부활했다. 현재는 선진국들도 우리나라 철도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부러워한다. 결과적으로 시작은 아쉬웠지만 해피엔딩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다.

배은선 관장. (사진=천동환 기자)
배은선 관장. (사진=천동환 기자)

Q 국내 철도 역사 중 안타까운 순간과 영광스러운 순간을 꼽는다면?

우선 아쉬웠던 순간을 꼽자면 일제 강점기 내내가 그랬을 것이다. 맨 처음 자주적으로 철도를 건설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일본에 의해 철도가 깔리지 않고 자주적으로 철도를 건설했다면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과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시 고속철도다. KTX를 도입할 때 프랑스로부터 기술 이전을 약속 받았다. 당시 많은 세계인은 우리나라가 이 기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완벽하게 기술을 이전해냈고 여기에 더해 자체로 다시 고속철도를 개발해 많은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 철도사에서 우리의 힘으로 고속철도 차량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Q 철도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세계의 가장 큰 화두는 친환경이다. 철도는 친환경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똑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탄소 등 에너지 배출이 적은 교통수단은 철도가 단연 압도적이다. 또 우리나라 철도 정시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에서는 통상 15분을 정시운행 기준으로 두는데 우리 국민은 열차가 5분만 지연돼도 늦었다고 성토한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철도를 잘 운영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철도는 앞으로 지구온난화 등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적합한 교통수단이 될 것이고 미래 먹거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배은선 관장이 지난 14일 철도박물관 본관 전시실에서 철도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배은선 관장이 지난 14일 철도박물관 본관 전시실에서 철도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Q 철도박물관을 통해 알리고 싶은 핵심적인 부분은?

박물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철도의 아픈 역사다. 사실 우리나라 근대사 전체가 아픈 기억이다. 그래도 우리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아픈 과정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다는 거다. 철도 기술은 무한 발전을 이뤘고 현재는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 철도 기술을 무시하지 못한다. 아픈 과정을 겪으며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철도 기술을 알리고 싶다.

특히 철도 관련 유물을 보존하면서 '고물을 보물로 만든다'는 일념으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고물상에 팔아 돈을 챙길 순 있겠지만 여기에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면 더 큰 의미를 지닌 보물로 태어날 수 있다. 철도의 역사적 의미를 찾고 간직하는 일은 값을 매길 수 없다.

배은선 관장이 지난 14일 철도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있는 안춘천철교 상판 구조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배은선 관장이 지난 14일 철도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있는 안춘천철교 상판 구조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seojk052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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