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날 128주년 ③] 철도박물관 곳곳서 만나는 역사 그리고 재미
[철도의날 128주년 ③] 철도박물관 곳곳서 만나는 역사 그리고 재미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6.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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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여년 세월 견딘 '안춘천철교' 구조물로 보는 초창기 철도 시설
대통령이 탔던 방탄 외벽 기차에는 '집무실부터 침실·욕실까지'
무궁화·새마을·KTX 등 다양한 차량 운행 재현 '디오라마' 인기 만점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 입구. (사진=천동환 기자)

철도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영광의 순간을 모두 품고 있다. 일제 강점기 자원 수탈 수단으로 이용된 철도는 광복 후 산업화 역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열강의 기술로 제작된 증기기관차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KTX까지 차량도 진화를 거듭했다. 철도의날 128주년을 기념해 국토 혈맥을 잇는 철도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철도박물관에는 역사적 의미와 재미를 담은 전시물이 가득하다. 110여년 세월을 견디고 은퇴한 '안춘천철교' 구조물은 우리나라 철도 시설의 초창기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00년대 초반까지 대통령이 이용한 특별동차의 방탄 외벽과 집무실, 침실, 욕실은 탄성을 절로 내뱉게 한다. 무궁화와 새마을, KTX 등 다양한 철도 차량 운행 모습을 재현한 인기 만점 '디오라마'는 철도에 대한 흥미를 한껏 끌어 올린다.

22일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에 따르면 한국철도는 지난 4월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안춘천철교' 상판 구조물을 기증받아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안춘천'은 안양천 하류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의 경인선 구일역 밑을 흐르는 천으로 일제가 안춘천이라는 이름을 안양천으로 바꿔 불렀고 지금까지 바뀐 지명이 유지되고 있다. 안춘천철교는 안춘천을 가로지르는 철도 교량으로 1899년 최초 부분 개통, 1900년 전선 개통한 국내 첫 철도 '경인철도'의 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가장 오래된 철제 철도 교량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안춘천철교 상판 구조물.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서 안춘천철교 상판 일부와 침목, 레일을 볼 수 있었다. 안춘천교는 처음에 나무로 제작됐으나 1906년 철제로 교체된 후 2021년까지 사용됐다. 상판에 붙은 명판에 또렷이 양각된 1906이라는 제작년도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이 구조물 옆에는 1976년에 제작된 안춘천교의 또 다른 철제 구조물이 전시돼 있다. 1906년 제작 구조물은 미국의 아메리칸브리지컴퍼니가 리베팅 공법으로 만들었고 1976년 제작 구조물은 국내 기업 흥화공업이 용접 공법으로 만들었다. 철도 시설의 국산화와 기술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철도공단은 오래 세월을 견딘 안춘천철교가 소음이 심하고 홍수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철제 교량을 콘크리트 교량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해 작년 12월 교체 공사를 마무리했다.

안춘천철교 구조물을 기증받는 데 많은 공을 들인 배은선 철도박물관장은 "한강철교는 1900년에 만들었지만 6·25 때 폭파됐고 이후 교량을 완전히 교체해 1900년도의 흔적이 전혀 없다"며 "그런데 안춘천철교 구조물에는 1900년대의 흔적이 그대로 있어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대통령 특별동차. (사진=서종규 기자)

안춘천철교 구조물이 우리나라 철도 시설의 시작을 보여준다면 철도박물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대통령 특별동차'는 일반 국민이 접하기 어려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대통령 특별동차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이용한 철도 차량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탑승객 안전을 위해 두꺼운 방탄 소재 외벽으로 제작된 이 기차는 내부에 업무 공간과 침실, 욕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 보안상 이유로 실내를 공개하지 않다가 작년 말부터는 필요시 내부를 공개한다.

대통령 특별동차 중 대통령 전용차량 옆에는 기자단과 수행원 등이 탑승하던 차량이 함께 전시돼 있다. 경호 효과를 위해 대통령 특별동차와 똑같은 모습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2001년부터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만든 '경복호'가 대통령 특별동차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대통령 특별동차 내부에 있는 집무실. (사진=서종규 기자)

본관 전시실에서는 철도 차량 운행을 재현한 '철도 디오라마' 전시를 볼 수 있다. 디오라마는 풍경이나 그림을 배경으로 두고 축소 모형을 설치해 역사적 사건이나 자연 풍경, 도시 경관 등을 배치한 것을 말한다. 철도박물관은 디오라마를 통해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KTX 등이 서울역과 남산서울타워 등을 밤낮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구현했다. 디오라마는 박물관에 견학 온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철도 디오라마. (사진=서종규 기자)
seojk052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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