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내기 어려운 시대
[기자수첩] 빚내기 어려운 시대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6.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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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가 대출 규제로 인해 빚을 내기 어려운 시대였다면 이제는 늘어나는 이자부담에 빚내기 힘든 시대가 찾아왔다. 

2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연 이자율 상단은 7.21%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1월3일 기준 연 5.32%였던 혼합형 주담대 이자율 상단은 반 년도 안돼 2%p 가까이 뛰었다. 

연 최고 7% 주담대 시대가 열리면서 가계 대출이자 부담도 커졌다. 최근 직방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주담대 금리가 연 7%까지 올라가면 서울 지역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우 대출 이자 부담이 연 4%때보다 월 82만원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놨다.

문제는 주담대 이자율이 곧 연 최고 8%, 9%로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준금리가 연말 2.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는 공격적인 통화 긴축보다는 정책금리의 정상화 차원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최근 여기에 변수가 더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1.50~1.75%로 인상한 것이다.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연 3.4%까지 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차를 생각하면 한은도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연말 기준금리를 3.4%까지 올린다면 한국은 앞으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75%p 더 인상해야 하는 셈이다.

통상 주담대 이자율이 기준금리 인상 폭의 2배가량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 연말 주담대 이자율 상단은 10%대를 넘길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와 대출한도 상향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LTV는 지역과 주택가격, 소득과 무관하게 80%로 완화되며 대출한도는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 정부에서 지속된 대출 규제를 풀어 무주택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주담대 이자율 상단이 이미 연 7%를 넘긴 상황에서 늘어난 이자부담에 이 같은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간 폭등한 집값과 급등세를 보이는 대출 금리로 인해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주거사다리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 고금리 시대 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무주택자 주거 안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주거 안정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