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날 128주년 ①] 격동 세월 품은 '철도박물관'…120여년 역사 고스란히
[철도의날 128주년 ①] 격동 세월 품은 '철도박물관'…120여년 역사 고스란히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2.06.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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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최초 노선부터 일제 강점기·한국전쟁·2000년대 모습 간직
옛 제복·승차권 발매기·변전설비 등 철도 서비스·기술 변천사 보여줘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경인선 기공식 기념 사진.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경인선 기공식 기념 사진. (사진=천동환 기자)

철도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영광의 순간을 모두 품고 있다. 일제 강점기 자원 수탈 수단으로 이용된 철도는 광복 후 산업화 역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열강의 기술로 제작된 증기기관차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KTX까지 차량도 진화를 거듭했다. 철도의날 128주년을 기념해 국토 혈맥을 잇는 철도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편집자 주>

긴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운영을 재개한 철도박물관은 120여년 철도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1897년 최초 철도 노선 '경인선' 기공식 당시 모습과 일제 강점기 운영됐던 역사 내 고급 레스토랑, 6·25 전쟁 당시 순국한 기관사가 사용했던 물품 등은 격동의 시대를 느끼게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친필 서명한 도라산역 레일 침목은 2000년대 시대상을 담고 있다. 옛 철도 제복과 승차권 발매기, 변전설비는 철도 서비스와 기술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20일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에 따르면 한국철도는 지난 4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전환에 따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 운영을 전면 재개했다.

지난 14일 찾은 철도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서구 열강과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시달리던 대한제국 시절부터 6·25 전쟁을 거쳐 현재까지 우리나라 철도가 어떤 역사를 품고 달려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노선별 철도 개통 연대표.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노선별 철도 개통 연대표. (사진=천동환 기자)

본관 전시실에 들어서자 정면으로 커다란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 남은 가장 오래된 철도 관련 사진이다. 사진에는 1897년 3월22일 우리나라 최초 철도 '경인선' 기공식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이 찍힌 날 전후 한반도에 처음 철도가 깔리는 과정은 치열하고 복잡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일본군의 공격을 피해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옮긴 조선의 26대 왕 고종이 1896년 3월29일 미국인 제임스 R. 모스에게 경인철도부설권을 준다. 이에 따라 모스는 사진 속 그날 기공식까지 열었지만 경인철도인수조합을 결성한 일본이 이듬해 부설권을 손에 넣는다. 이후 1899년 9월18일 일본 주도로 경인철도가 부분 개통한다. 우리나라 철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지만 우리 스스로 첫발을 떼지 못한 뼈아픈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철도 창설일을 '철도의날'로 기념해왔다. 그러다 9월18일을 기념하는 것이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에 따라 2018년부터 우리나라 첫 철도 관련 국가 기관 '철도국' 설립일인 6월28일을 철도의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철도의날을 두고도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외세 침략이 가져온 여진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수많은 메시지를 담은 사진 아래에 전시된 KTX 사진은 아픔을 딛고 발전해 온 격동의 한국 철도 역사를 생생히 느끼게 한다. 

배은선 철도박물관장은 "철도는 외세에 의해 처음 조성되기는 했지만 조선 자체에서도 철도 구축과 발전에 대한 태동은 분명히 있었다"며 "여러 역사와 과정을 거치며 현재 우리나라 철도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도라산역 레일 침목(왼쪽)과 고(故) 김재현 기관사 유품. (사진=서종규 기자·천동환 기자)

철도박물관은 경인선 이후 철도 노선별 개통 흐름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에 운행을 시작한 △경부선 △경의선 △호남선 △경원선 △장항선 등에 대한 부설·확장 현황을 시대별로 정리하고 한국전쟁 시기 철도와 고속철도 시대를 연 우리나라 철도의 현재를 소개한다.

노선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철도의 역사는 흘러왔다. 1920년대 서울역(당시 경성역)에 마련된 고급 레스토랑 '그릴'을 재현한 공간은 일제 강점기 시절 부유층이 누리던 삶을 짐작케 했고 6·25 전쟁 당시 순직한 철도 영웅 고(故) 김재현 기관사의 유품은 아픈 역사를 보여줬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친필 서명한 경의·경원선 레일 침목은 21세기 철도 현대사를 품고 있다.

지난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철도 제복.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철도 제복. (사진=천동환 기자)

과거 역무원이 착용했던 제복과 대한제국 시절 단선 구간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기관사에게 교부하는 열차운전허가증이 철도 서비스와 운영 방식의 옛 모습을 보여준다. 경인선에 사용됐던 철도 레일과 조선 정부가 미국인 '모스'에게 내린 '경인철도 부설 허가서'는 시곗바늘을 과거로 되돌린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자석식 전화 교환기와 수도권 전철 승차권 발매기, 구 봉양전철변전소 변전설비 등은 철도 기술에 대한 진화를 보여준다. 철도 운행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인 선로를 보수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구 봉양전철변전소 변전설비. (사진=서종규 기자)
지난 14일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옛 봉양전철변전소 변전설비. (사진=서종규 기자)
seojk052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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