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 정체성 모호… 투쟁이냐 민생이냐 
민주, 당 정체성 모호… 투쟁이냐 민생이냐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6.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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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밖에선 '신구세력 갈등' 당 안에선 '당권 경쟁'
민생 의제 주도하지 못해… 공격·수비 모두 '맹탕'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당 안팎으로 산적한 과제를 맞닥뜨리며 향후 당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20대 대통령 선거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거듭 고배를 들이켠 뒤 '민생 집중'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 등 신구세력 간 권력다툼으로 대여 투쟁이 불가피하단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민생과 대여 전선 사이에 놓여 선명한 노선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능한 민생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민주당의 목표에 따라 민생우선실천단이 구성됐다"며 "선거 패배의 후유증을 조속히 극복하고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단 약속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상혁 의원 소환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다시 쟁점화하는 과정도 민생보다는 친북 이미지, 북한에 굴복했단 이미지를 만드는 소위 '신색깔론'적 접근이라고 규정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생을 내세우면서도 최근 여당과 대립각을 세운 주요 쟁점에 대해선 강경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국이 정치 현안에 쏠린 점, 민주당이 민생 관련 의제를 주도하지 못하는 점을 종합하면 외부 관심이 상대적으로 민생보단 여야 갈등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당 모토를 '민생 중심'으로 전환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려던 민주당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우 위원장은 "정국을 이런 식으로 몰고 가면 지금 다가오는 경제 위기와 민생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단 말이냐"라며 "내가 계속 민생 얘기를 하는 건 현재 여러 현안을 피해가려는 게 아니라 20여 년 동안 내가 경험했던 경제 위기의 징후가 보이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같이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해결해보잔 의지"라고 정부여당을 향해 공을 떠넘기며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특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민주당을 압박, 정치 현안을 중심으로 정국을 주도하려는 모습이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우 비대위원장은 한 가족의 인권 을 두고 정략적인 공격 운운하며 '문재인 죽이기, 전 정권 죽이기'라 치부하고만 있다"며 "우 비대위원장은 '먹고사는 문제가 얼마나 급한데 이게 왜 현안이냐'고 했고,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피살 공무원 사건 자료 열람에 대해선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도 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민생 의제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건 당내 상황도 한몫한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당대회 룰, 세대교체론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히며 좀체 '한몸'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당 안팎 과제를 넘어 민생 정당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