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원식과 한상원, 비즈니스로 풀어라
[기자수첩] 홍원식과 한상원, 비즈니스로 풀어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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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경영권을 두고 홍원식 회장과 한상원 한앤컴퍼니(한앤코) 대표 간 공방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홍 회장과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코는 지분 53%의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서로 이견을 보이면서 소송전에 나섰고 대치 국면을 맞게 됐다. 

1년여가 지난 지금 홍 회장과 한 대표는 여전히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다.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가다보니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추락했다. 유업계를 주도했던 임직원들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이는 남양유업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734억원(연결기준)이다.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을 포함하면 2년간 적자만 1453억원이다. 올 1분기에는 22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과거 1조4000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1조원에도 못 미친다. 국내 유업계 ‘빅(Big)3’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지는 나빠지고 투자는 막혔다. 기업의 최대 적은 ‘불확실성’이다. 홍 회장의 판단 미스가 불확실성을 낳은 셈이다.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한 대표 역시 궁색한 처지다. 한 대표는 다수의 M&A(인수합병)로 한앤코 몸집을 키웠다. 한앤코를 지탱하는 양 축은 한온시스템과 쌍용C&E다. 한온시스템은 국내 자동차 공조업계 1위 기업이다. 쌍용C&E는 업계 최대 시멘트 회사다. 두 회사는 한앤코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한온시스템은 한 때 시가총액만 10조원에 육박했다. 한 대표는 지난해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했고 인수가격만 최대 8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16일 현재 시가총액은 5조3000억원 후반대로 반 토막 났다. 설비투자와 M&A로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한온시스템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6% 급감한 304억원이다. 국내 대형 신용평가사들은 한온시스템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당초 계획했던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쌍용C&E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1분기 영업이익은 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7억원)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순손실도 155억원이다. 

사모펀드는 투자자에게 수익을 가져다줘야 한다. 한 대표에겐 끝이 언제 날지 모를 남양유업 인수에 목매기 보다는 본업의 경영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설령 홍 회장에게 승리한다고 해도 그간 수차례 법적 다툼을 한 점은 향후 다른 M&A를 진행할 때 ‘독’이 될 수 있다.  

홍 회장과 한 대표는 21일 같은 법정, 다른 시간대 증인으로 출석한다. 차라리 법정이 아닌 한 테이블에서 만나 대승적으로 서로 줄건 주고 취할 건 취하는 ‘합의’를 해야 한다. 법이 아닌 ‘비즈니스’로 푸는 게 사업가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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