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해외법인 수' 최다…삼성 제쳤다
한화, '해외법인 수' 최다…삼성 제쳤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6.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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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637곳, 태양광‧에너지 관련 해외 공략 영향
삼성 575곳, 전년비 19개 줄어…3위는 SK 541곳
국내 주요 그룹별 해외법인 수 현황.[이미지=한국CXO연구소]
국내 주요 그룹별 해외법인 수 현황.[이미지=한국CXO연구소]

한화가 국내에서 삼성을 제치고 가장 많은 해외계열사를 보유한 그룹에 올랐다.

14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76개 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 분석’ 결과 한화가 637곳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한화의 해외계열사는 지난해 조사된 447곳보다 190곳 늘어난 규모다. 이는 한화가 태양광 등 에너지관련 해외 사업 공략에 적극적인 것인 영향이 컸다. 

한화 다음으로 해외법인이 많은 삼성은 575곳이었다. 지난해 파악된 594곳보다는 오히려 19개 해외계열사가 줄었다.

3위인 SK(541곳)는 1년 새 174곳이나 해외계열사를 더 많이 세웠다. 그 외 외국법인 수가 100곳이 넘는 그룹은 현대차(395곳), CJ(392곳), LG(365곳), 롯데(206곳), GS(158곳), 포스코(139곳) 순으로 집계됐다.

또 GS(22곳), CJ(19곳), 현대차(16곳), LG(5곳), 포스코(3곳) 그룹도 지난해 대비 올해 조사에서 해외법인 숫자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는 14곳 해외계열사가 문을 닫았고 네이버도 2곳 감소했다.

해외법인을 국가별로 보면 올해 기준 미국에만 1169곳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885곳보다 284곳 늘어난 수치다. 전체 해외계열사 중 미국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8.8%에서 올해 22.1%로 1년 새 3.3%p(포인트) 높아졌다. 그만큼 국내 대기업은 미국 시장을 중요한 사업 무대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조사에서 미국에 법인을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그룹도 한화였다. 한화의 미국 계열사는 지난해 154곳에서 올해는 198곳으로 1년 새 44곳 증가했다. SK는 179곳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지난해 78곳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지역에서만 1년 새 배 이상 법인 문을 더 많이 열었다.

미국 다음으론 중국 해외법인이 840곳(15.9%)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지난해 874곳과 비교하면 1년 새 34곳이나 법인이 철수했다.

특히 지난해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법인(1037곳)이 미국에 둔 계열사 수보다 152곳 더 앞섰지만 올해는 미국 법인이 중국(홍콩포함)보다 175곳 더 많아졌다. 올해 홍콩에 세운 법인 숫자도 전년대비 9곳 줄어든 154곳으로 집계됐다.

CXO연구소는 “2020년 5월 당시 홍콩 법인이 170곳이던 것과 비교하면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최근 2년 새 홍콩에서 철수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외국에 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268곳)이다. 최근 1년 새 베트남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 계열사 수는 30곳이나 회사 간판을 더 달았다.

또 싱가포르서도 국내 주요 그룹이 세운 법인이 점점 증가했다. 국내 그룹의 싱가포르 법인은 지난해 167곳에서 올해 186곳으로 늘었다.

CXO연구소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거점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중요한 사업 전락 요충지로 보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홍콩보다는 싱가포르 선호도 패턴이 강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일본(208곳), 싱가포르, 프랑스(181곳), 인도네시아(166곳), 인도(142곳), 영국(128곳) 순으로 올해 해외법인 수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중 프랑스는 지난해 40곳에서 1년 새 4배 넘게 껑충 뛰었다.

프랑스에 해외법인 숫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한화 그룹 영향이 컸다. 프랑스에 세운 180곳 정도 되는 해외계열사 수 중 한화 그룹에서 세운 회사만 130곳이 넘었다.

군부 쿠데타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에는 올해 파악된 외국법인은 23곳으로 지난해(24곳)보다 1곳 감소했다.

최근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지난해부터 12개 법인을 두고 있다. 다만 그룹별 양상은 다소 달랐다. 삼성의 우크라이나 법인은 지난해 2곳에서 올해는 4곳으로 늘었다. 반면 LG는 3곳에서 2곳, GS는 2곳에서 1곳으로 각각 감소했다.

러시아에 둔 법인은 지난해 65곳에서 올해 63곳으로 2곳 줄었다. 현재 러시아에서 경영을 하고 있는 63개 법인 중 현대차 그룹 계열사가 18곳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조사에서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샬아일랜드 등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조세피난처로 거론한 지역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법인 수는 106곳으로 지난해(121곳) 보다 10곳 넘게 줄었다.

반면 싱가포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 조세회피성 국가 등으로 분류되는 지역에는 지난해(610곳)보다 늘어난 645곳을 기록했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세운 회사 5300여 곳 중 750곳(14.2%) 정도는 조세부담을 회피하거나 줄이기에 좋은 국가에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유가 등 에너지와 곡물 가격 등이 폭등하며 전세계 경제에도 큰 혼란에 빠트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에서 최근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는데다 상당한 경영 손실을 보고 있어 현대차 등 국내 그룹이 진출시킨 러시아 법인들의 거취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은 공정위가 올해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한 76개 그룹이다. 해외 계열사는 각 그룹이 공정위에 보고한 자료를 참고했다. 국내 76개 그룹이 높은 지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해외계열사는 123개국에 걸쳐 5287곳으로 집계됐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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