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직에 '윤석열 사단' 포진... 尹 "미국 보면 폭넓게 진출"
공정위원장 강수진 사실상 철회 '수위조절'… 野 "검찰공화국"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잇따라 임명하는 것과 관련,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모습이다.
잇단 윤 대통령의 '내사람' 발탁에 견제와 균형 기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8일 서울 용산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인재풀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그런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정부 법률대리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변 출신이 대거 기용된 점을 들어 현재 검찰 출신 인사 중용에 대한 비판을 상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지금까지 정부 요직을 꿰찬 검찰 출신 '윤석열 사단'은 한동훈 장관(사법연수원 27기)을 비롯해 이노공 법무부차관(26기) 등 정부 부처 장·차관급 7명과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전 대검 사무국장), 이원모 인사비서관(37기), 주진우 법률비서관(31기) 등 대통령실 비서관급 6명 등 13명으로 늘었다.
이 외에도 권력기관 요직에도 검찰 출신들이 포진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처음으로 검찰 출신이 임명된 경우다.
전날(7일) 임명된 금융감독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금감원 설립 이래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다.
공정거래위원장에도 윤석열 사단인 검사 출신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된 바 있다. 임명됐다면 공정위 최초의 검찰출신 수장 사례로 남을 뻔 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8일 후보군에서 최종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공화국'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수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검찰 편중이라는 지적 때문에 후보군에서 제외됐나'라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경우 규제기관이고 적법절차에 따라 법 기준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게 일해야 한다"며 "법을 집행하고 다루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하는 데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해서는 "회계를 전공했고 오랜 세월 금융 수사 과정에서 금감원과 협업한 경험이 많다. 전문가라고 보기 때문에 적임자라 생각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인수위에서 집필한 백서에 대해 브리핑한 뒤 기자들과 만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인사 문제는 전적으로 인사권자의 권한"이라면서 "가장 잘 아는 분들에 대해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은 한계가 있는지 분명히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선거가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조금 더 파악해야할 것 같다"면서도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출신들이 요직에 등용되는 데 대해 야권은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검찰 출신이 아니면 대한민국에 유능한 인물을 씨가 마른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이것이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정이고 상식인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은 선거용 구호였고 검찰을 위한 대통령이 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를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나 인식이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보수 언론에서도 검찰 출신이 요직을 차진한다고 비판하고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금감원장, 공정거래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다 검찰 출신이다.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핵심 6인방을 모두 검찰출신으로 임명했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과거엔 민변이 도배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민변이 국가기관이나 권력기관인가. 말 그대로 사회단체 아닌가"라며 부적절한 비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본인이 (이전 정부와) 다르게 하면 되는 것이지, '전 정부가 이렇게 했다. 그러니까 나도 할래'라고 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접근"이라고 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도 "대통령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게 원칙'이라고 했지만 문장 뒤에 '단 검찰 출신으로 나와 가까운 사람 중에서'라는 중요한 단서가 생략됐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