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유럽행' 비행기 떴다…반도체 M&A 촉각
이재용, '유럽행' 비행기 떴다…반도체 M&A 촉각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6.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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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독일‧영국 방문 예상…ASML과 반도체 장비공급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출국을 위해 서울 강서구 소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들어오고 있다.[사진=신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출국을 위해 서울 강서구 소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들어오고 있다.[사진=최지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유럽 출장을 떠났다.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후 6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소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취재진들에게 별다른 메시지 없이 “잘 다녀오겠다”고 답한 뒤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유럽 각국을 방문하고 반도체 중심으로 파트너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네덜란드에 소재한 ASML의 최고경영진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한다. 이 장비의 가격은 1대당 2000억원에 달하지만 한해 생산 가능수량은 40~50대에 그친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부터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도 장비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18일까지 예정된 이번 출장에서 유럽 각국을 들러 인수합병(M&A)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에서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주요 축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선 존재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네덜란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분야 2위 기업 NXP를 비롯해 독일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이 있다. 또한 영국에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이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100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과거 고 이건희 회장의 행보에 발맞춰 새로운 메시지를 내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7일 임원과 해외주재원 등 200여 명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불러 모아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 회장은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2개월간 글로벌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경영 철학’을 전하는 자리를 이어갔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등 실적호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 생존을 위해선 또 다른 비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는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형기는 오는 7월29일 만료된다. 하지만 앞으로 5년간 취업제한이 걸린다. 내년 1월까지는 삼성 부당합병 의혹 관련 공판도 매주 진행된다.

이 같은 이유로 경제계는 이 부회장 사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에서 이 부회장 등 경제인들의 사면을 요청했다. 또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3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관계사 최고경영진 간담회 참석에 앞서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서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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