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5% 넘는 외국계 큰손, 6년 새 28% 감소
지분 5% 넘는 외국계 큰손, 6년 새 28% 감소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5.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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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선 "신뢰성 강화, 건전 투명한 지배구조 필"
외국 투자자 수.[이미지=CXO연구소]
외국 투자자 수.[이미지=CXO연구소]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큰손 투자자 숫자가 5년새 20% 넘게 줄었다. 지난 2016년 전후 보였던 중국 거대자본의 국내 기업 지분인수 행태 ‘판다 쇼핑’도 최근 시들해졌다. 또 미국·일본계 큰손 투자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줄이거나 빠져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 투자자 현황 조사’ 결과 외국계 큰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26일 밝혔다.

CXO연구소는 지난 2016년 3월 조사기록과 올해 재조사한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이달 20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보고서 등에 명시된 외국 투자자의 국적과 지분 현황을 참고했고, 주식평가액은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대비 2022년 기준으로 최근 6년 새 외국계 큰손 투자자 수는 28%나 줄었고 이들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도 24% 정도 감소했다.

지난 2016년 3월 조사에서 국내 상장사에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큰손 투자자는 모두 227곳이었다. 이 중에는 2개 이상 상장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도 여럿 있었다. 이들이 국내 상장사 중 5%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모두 322곳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164개 외국계 큰손 투자자가 국내 상장사 246곳에 5% 이상 되는 지분을 보유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CXO연구소는 “외국계 큰손들에게 국내 주식 시장의 매력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전후 거대 자본을 앞세워 우리나라 상장사 주식을 쇼핑하듯이 다수 지분을 확보해오던 ‘판다 쇼핑’ 현상도 시들해졌다.

중국계 큰손은 지난 2015년에 국내 상장사 25곳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해오다 다음해인 2016년에는 50곳으로 크게 증가했었다. 반면 올해는 26곳(10.6%)으로 줄며 지난 2015년 때 수준으로 회귀했다. 왕서방 자본을 앞세우며 국내 상장사 투자를 공격적으로 해오던 중국계 큰손들도 점차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다소 줄이거나 아예 손을 털고 떠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국가별 현황.[이미지=CXO연구소]
국가별 현황.[이미지=CXO연구소]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큰손들도 최근 6년 새 각각 20여 곳 정도씩 국내 주식 시장에서 5% 지분 영향력을 가진 곳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계이면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른바 ‘큰독수리(Big Eagle)’들도 2016년 당시 우리나라 상장사 121곳에서 다수 주식을 보유해왔지만 올해는 102곳(41.5%)으로 19곳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국내 주식 시장에서 외국계 큰손 10곳 중 4곳 정도는 미국계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국계 큰손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견고한 셈이다. 일본계 투자자도 2016년 당시 국내 상장사 48곳에서 5% 넘는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올해는 28곳(11.4%)으로 20곳이나 적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큰손들이 국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숫자는 줄었지만, 최근 6년 새 지분가치는 되레 증가했다. 2016년 당시 외국계 큰손들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42조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59조원 수준으로 6년 전보다 40% 이상 뛰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계 주요 투자자인 블랙록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지난 2019년 2월에 삼성전자 주식을 5%가 넘는 주식을 처음 보유하게 됐다. 이달 24일 기준 블랙록의 주식가치는 19조976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올해 파악된 외국계 큰손 주식평가액 59조원의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2016년 당시 블랙록은 삼성전자에서 5%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어서 당시에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블랙록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를 제외하면 올해 파악된 240여 곳 외국계 큰손들의 주식평가액은 39조원 수준으로 6년 전보다 오히려 주식가치는 낮아진 셈이다.

주요 국가별 지분가치 현황.[이미지=CXO연구소]
주요 국가별 지분가치 현황.[이미지=CXO연구소]

블랙록은 삼성전자 지분을 포함해 국내 상장사 10곳에서 이달 24일 기준 총 29조8500억원 넘는 주식평가액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번에 조사된 외국계 큰손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59조원이 넘는 주식가치 중 50.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블랙록은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할 수 있는 항공모함격인 ‘슈퍼 독수리(Super Eagle)’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블랙록과 함께 100여 곳 미국계 큰손들이 보유한 국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의 지분가치만 해도 37조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파악된 외국계 큰손 전체 지분가치 중 60%가 넘는 비중이다. 큰손 투자자 숫자는 2016년 때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 시장에서 미국계 투자자들이 갖는 영향력은 컸다.

올해 조사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네덜란드(7조6981억원), 싱가포르(2조6748억원), 중국(2조4065억원), 일본(2조1893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네덜란드는 2016년 당시 6조7788억원에서 13% 넘게 지분가치가 높아진 반면 중국은 2016년 4조4745억원에서 올해 46% 이상 주식평가액이 줄었다. 일본도 2조5500억원 수준에서 6년 새 14% 정도 주식가치가 낮아졌다.  

주식평가액이 아닌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현황만 놓고 보면 미국계 큰손 투자자 ‘피델리티(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 엘엘씨)’가 가장 먼저 꼽혔다. 피델리티는 국내 상장사 50곳에서 5% 넘는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솔브레인에서 1000억 원 넘는 지분을 5% 넘게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된 국내 상장사 246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투자자 중 62.6%는 보유 지분을5~10% 미만 사이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0%대(지분율 10~20% 미만) 수준은 15.4%로 많았고, 20%대(20~30% 미만)는 7.7% 수준이었다. 50%가 넘는 지분을 가진 외국 큰손도 7.7% 정도로 조사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계 큰손들이 점차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떠나거나 지분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이는 코로나 등의 경제 사정으로 인해 주요 국가들이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를 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높은 배당과 시세 차익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소장은 “외국계 큰손들에게 국내 주식 시장에서 다시 매력을 끌게 하려면 신뢰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