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은행 이창용 시대’에 시선이 모아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5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바꾼 첫 총재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전까지 역대 한은 총재는 첫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가파른 물가상승에 대응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억눌러야 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시대’는 이러한 기조에서 경기 안정화 쪽에 우선적으로 무게를 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해 들어 매달 상승하고 있다. 올해 1월 2.6%였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에 3.3%에 달했다. 201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임금과 상품가격 등에 반영돼 실제로 물가가 올라가는 파급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도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금리상승을 통해 시그널을 주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도 올라가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금통위원들도 전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실제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4월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연 1.5%로 0.25%p 인상한 가운데, 의장 직무대행 위원이었던 주상영 의원을 제외한 금통위원 5명 모두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0.5%p를 인상하는 빅스텝 대신 0.25%p 소폭 인상 결정은 연일 강해지고 있는 미국의 긴축 기조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6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릴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역전 등을 고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추가로 하락할 수 있지만 금리 격차(0.5~0.75%p)는 여전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도 당분간 한번에 0.5%p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복합처방’이 필요해서다.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정부 전망치(3.1%)보다 0.3%p 낮다. 문제는 내년 전망이다.
KDI는 2023년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에서 0.5%p가 더 떨어진다. 그 이유로 KDI는 수출 증가세 둔화를 꼽았다.
KDI는 16일자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기준금리를 미국에 동조해 급격히 올리기보다 국내 물가·경기 여건에 맞게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오더라도 중기적으로는 물가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