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이용자 16원~21만원 캐시백…휴면카드 살리기 안간힘
카드업계 마케팅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대면 경제 활동이 재개되자 출혈을 감수한 혜택을 내걸며 소비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카드사들은 마케팅을 통해 거둔 수익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실적 하락을 상쇄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전업 카드사는 이달 들어 신용카드 신규 발급 시 16만원부터 최대 21만원 상당의 캐시백이나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10만원 안팎이었던 신규 혜택은 두 배까지 확대됐다.
카드사들은 이 같은 이벤트를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은 카드사가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해 연회비 대비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용자를 모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직접적인 이벤트를 벌일 수 없는 만큼 우회로를 활용해 이용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우리카드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베스트킷’ 카드를 발급받고 이벤트에 응모하면 내달 말까지 16만원 결제 시 카카오페이포인트 16만 포인트를 고스란히 돌려준다.
또 이 카드로 아파트관리비·휴대전화요금·도시가스·전기요금·4대 보험료를 자동납부하면 1건당 1만 포인트씩 최대 5만 포인트를 추가로 제공한다.
비슷한 혜택을 제시하는 다른 카드사 행사도 세부 내용에만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은 대동소이하다. 이벤트로 지급하는 포인트는 카카오페이 내 쇼핑몰 등에서 같은 금액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캐시백이나 현금 직접 지급 혜택과 다르지 않다.
1000만장이 넘는 휴면카드(1년 이상 사용실적 없는 카드) 이용자를 붙잡으려는 시도도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휴면카드 수는 1037만1000장으로 전분기(960만7000장) 대비 76만장 늘었다.
카드사들은 이용 조건에 관계없이 응모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고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재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휴면카드 이용자는 ‘신규 발급’이 아닌 기존 결제 서비스 이용자인 만큼 혜택을 제공하는데 보다 자유로운 점을 노렸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마케팅과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을 자제해 왔다. 금융당국의 지속된 권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경제가 침체 돼 카드업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마케팅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였다.
실제 지난해 8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2조71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4% 급증했다. 코로나19로 프로모션이 줄면서 제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7513억원)가 같은 기간 26.5% 줄어든 영향이 컸다.
게다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도 악재로 떠오른다. 지난 2월부터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는 기존 0.8%에서 0.5%로 낮춰졌다. 수수료 인하가 본격 적용되는 2분기부터 카드사 실적 악화는 눈에 띌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실적 하락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마케팅 비용 상승도 물론 영향이 있겠지만, 일상 회복 시기에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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