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연전연패에 '무용론'…부산행에 인베스팅 방점 찍나
KDB산업은행의 새 수장 찾기가 쉽지 않다. 이를 두고 여러 거물이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조직의 환골탈태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대우조선·쌍용차·KDB생명 매각에 연달아 불발탄을 쏜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회사 관리 방식에 문제 있다는 소리가 적잖게 나오는 대목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금융권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동걸 전 회장은 물러나기 직전 “산업은행이 한 일이 없다면 이는 조직에 대한 모독이다.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등 11개 기업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며 “부실기업은 쌓여 있고 은행의 금고는 텅 비어 도산 직전인 상황에 인수인계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항변 중 일부가 사실이라도 이미 그 외의 대형 실패들은 협상력과 자회사 관리 능력 부족을 드러낸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라는 재반론도 나온다.
최근 산업은행의 네 번째 KDB생명 매각 시도 무산이 판단을 그르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성급하게 매각을 추진하면서 영업 인력을 필요 이상 줄였고, 그 결과 영업 경쟁력도 더 낮아져 매력도가 떨어져 매각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거대한 조직을 여러 부문으로 쪼개자고 주장한다. 부산행이 정 싫으면 그건 차치하고라도, 그 이상의 환골탈태를 조직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산업은행 기능을 재편해 중소기업 금융 지원과 상업금융 부문은 다른 기관에 이전하거나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도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정권에서 논의됐던 산업은행 민영화 목적은 민간기능으로는 인베스트먼트 기능을 하고, 공적기능은 정책 금융공사를 통해 하자는 목적이었다”며 “이는 올바른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가운데 황영기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최근 벌여놓은 일(투자자문사)이 있다며 거절 의사를 밝히는 등 후보군 중 상당수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전문가인 황 전 회장이 지금 거절하는 상황도 진심이라기보다 대수술 필요성에 여론이 호응하도록 포석을 까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4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윤만호 EY한영 경영자문위원회장은 “정책금융은 종래 시장실패 보완보다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기능이 더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어떤 식으로든 조직 정비는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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