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의 환갑 위기' 합수단 칼날 불러온 오익근 리스크
'대신증권의 환갑 위기' 합수단 칼날 불러온 오익근 리스크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5.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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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커버해 온 믿을맨의 실수…민사사건 2심 강행에 괘씸죄
검수완박 관련사건에 증권업계 장수기업 상징성 일거양득 먹잇감

금융계에서 정권 교체가 피부로 와닿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돼 있던 금융·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부활 첫 수사로 어떤 사건을 정조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활 1호 사건의 의미가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루나·테라 사기 논란이 시기적으로 가장 '뜨거운 감자'라며 부활 신고식 소재가 될 것으로 점친다. 실제로 이 사건 피해자 측 변호인이 사건을 이미 합수단에 접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문학적 피해 액수에 비해선 내용이 단순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신라젠을 다시 파헤치는 게 그 측면에선 1호 사건으로 적당하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야심차게 부활 지시를 내린 만큼, 격에 맞게 거대 금융회사를 상대로 문제점을 파헤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속칭 검수완박 입법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뒤끝이라, 검찰로서는 예전 같지 않은 위상을 돌파할 필요가 높다. 이를 뒤집을 적절히 큰 아이템이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여러 주요금융그룹 산하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나간 사건들의 불씨가 되살아 나거나 가지치기로 나머지 부분이아 여죄를 추궁당할까 봐 합수단 부활 이야기가 오가던 무렵부터 서류 점검 등을 했거나 진행 중이라는 후문. 이에 따라 여러 금융회사들의 직원들의 고생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논의의 와중에 펀드 시비가 빠질 수 없다. 옵티머스와 라임 등이 회자되는데, 일명 청와대 등 실세 개입설 때문에 검찰로서는 좋은 먹잇감이다. 더욱이 검수완박 때문에 수사가 망가졌던 라임 논란은 '돌아온 합수단'에겐 구미가 당길 만하다.

시곗바늘을 되돌려 가며 검수완박과 합수단의 악연을 되짚어 보자. 2020년 1월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이 해체됐다. 지난 2013년 증권범죄 전문 수사를 위해 설치된 합수단은 금융위원회·국세청 등에서 파견나온 50명가량의 전문 인력이 검사와 동고동락하며 각종 업무를 처리했다. 금융감독원 등의 전문성과 감각이 검찰의 스마트함과 보태져 '여의도 저승사자' 역할을 충분히 했다.

하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각을 세우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를 없애버렸다. 추 전 장관이 검찰 개혁론자이자 검수완박의 주역이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합수단이 사라진 뒤 일반 형사부로 사건이 넘어갔고, 당연히 수사 인력이 줄며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금융 관련 거악과 싸우는 과정이 거북이걸음처럼 늘어지기만 했다. 그 중 대표적 사례가 대신증권이 관련된 라임 사건이었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2021년 8월, 서울고검은 라임펀드 환매 취소 건 즉 대신증권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무혐의 처리하지 말고 다시 수사하라는 업무지도)을 서울남부지검에 내렸다. 하지만 합수단 증발 이후, 남부지검장 자리를 추 전 장관이 신임하는 사람이 차지하는 등 기류가 바뀐 터에 대세를 뒤집긴 어려웠다.

그러던 것이 이제 정권 교체로 새 국면을 맞게 된 것. 검수완박 조치를 되돌리려 노력하는 측에겐 이 이상 상징적인 물건이 없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딸과 그 가족이 라임 사기 총책과 같은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른 바도 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 연루설도 라임 처리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로 심심찮게 거론된다. 

금상첨화로, 대신증권은 한국 증권업의 명문이다. 이제 내로라 하는 거대 금융그룹 산하 업체들이 주도하는 증권업 순위 경쟁에서는 명함을 못 내미는 중간급 회사로 평가되지만, 올해 여름으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저력을 인정받는다.

라임 문제를 규탄하는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사람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라임 문제를 규탄하는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사람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명분(검수완박 문제점의 표본을 해부)과 실리(대어를 낚는다는 점), 합수단엔 일거양득이다.

마지막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여기에 증권사의 잘못된 업무 관행과 오너 일가 추종에만 열올리는 경영 문화에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도 대신 라임 건의 기대치가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일석삼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 중심에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가 서 있다. 1978년 입사한 이래 출중한 역량으로 월급쟁이로서는 최고봉에 오른 순수 대신증권맨으로, 오너 일가인 양홍석씨를 잘 보살피면서 승계 문제 준비를 떠맡고 있다. 양씨의 모친인 현 지휘권자 이어룡 회장의 경영 보좌에도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오 대표의 긴 승승장구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오점이 바로 라임 건이라는 우려가 있다. 우선 양홍석씨의 지휘 책임이 명백하다는 논란에도 금융감독원 징계를 비껴가는 데 오 대표의 보좌가 한몫했다는 평이 많다.

아울러, 지금 합수단 부활로 라임 피해 문제의 수사(형사 사건화) 재개 가능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민사 처리를 너무 회사 입장에서만 몰아붙였다는 원성을 듣는다.

실제로 이달 11일 대신증권은 민사(부당이득금 반환소)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00% 배상 판결을 받았다. 완패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바로 항소장을 제출, 이제 민사의 공이 2심 법원에서 다뤄질 상황이다. 국민정서법상 문제를 빚었다는 긁어 부스럼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돌아온 합수단 눈엔 괘씸죄로 비치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물론 대신증권 측에도 할 말은 있다. 대신 측은 "건전한 금융시장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이라며 항소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아울러 "운용에 관여하지 않은 판매사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결정"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강공 드라이브가 (부작용은 어쨌든) 오 대표 등의 충심에 어린 원론적 경영 판단이었다면 나름대로 높이 살 부분이 있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오 대표의 수신제가 부실과 라임의 연관성 논란 때문이다.

2020년 국감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대신증권 라임펀드 판매 비중 86%에 달하는 반포WM센터에서 A (당시) 차장이 이 중 92%를 판매하는 실적을 냈다"고 거론했다. 그런데  강 의원에 따르면, 문제의 직원은 대신증권 부사장의 부인이라는 것.

따라서 직원 비리를 온정으로 덮어준 문제점 외에도, 경영진 중 일부를 오 대표나 오너 일가가 총애해 문제를 키웠다는 새 국면이 지적되는 것이다. 또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대신증권은 고객의 동의도 없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를 막았다고 쏘아붙였는데, 이런 점도 기본이 안 된 대신증권의 일처리를 보여준다는 평을 낳는다.

결국 이런 상황에 민사 사건의 항소 강행 더 나아가 상고 가능성까지도 현재의 대신증권 체제가 밀어붙이는 점은 문제다. 현재 거론된 문제점들을 모두 추인해 준 게 오 대표인 셈이다. 이를 기화로 검찰의 되살아난 칼날 아래 대신을 놓이게 한 실책도 그의 몫이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사진=대신증권)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사진=대신증권)

오 대표가 이런 맥락을 충분히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결국 양홍석씨를 라임 시비에서 구하고자 웬만한 부사장급 이하 비리까지 다 덮어줬다는 논란은 그의 금융인생 전반에 먹칠을 스스로 했다는 문제점까지도 연관되므로 굳이 언급치는 않는다. 그러나 60주년 역사의 금융 명가다운 행보가 아닌, 수신제가 실패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 해결이 필요하다. 

결국 민사 항소는 금융회사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이나 문제점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는 징표가 되고, 이를 기화로 검찰의 되살아난 칼날 아래 대신을 놓이게 한 실책이었던 셈이다. 이도 모두 오 대표의 몫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8855억원, 당기순이익 615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카카오페이 등 13개의 굵직한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며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전년 대비 85.2%의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우수 IB로 대신증권을 선정했다. 

하지만 오 대표가 제아무리 2020년 취임 이후 두 해 연속 최대 실적을 진두지휘하면서 대신증권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렸다 한들, 합수단의 정조준을 불러온 상황에서 그 공로는 빛을 잃을 전망이다. 라임 사태를 적시에 수습함과 동시에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위기에 강한 리더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도 이제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의 노력을 필두로, 지난 10년간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뤄낸 대신금융그룹도 흔들릴지 우려되는 시점이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