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지난해 9690억원 벌어…비이자이익 확대
은행권이 비이자 수익 확대에 주력하는 가운데 신탁 부문 수수료 수익은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요 은행의 신탁 관련 수수료 수익은 총 9690억원이다. 전년(8044억원) 대비 20.5%(1646억원) 증가한 규모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의미로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는 상품이다. 금융사는 이를 일정 기간 동안 운용·관리해 수익을 낸 뒤 수수료를 받는다. 크게 현금 등을 맡기는 ‘금전신탁’과 부동산 같은 재산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나뉘며 은행 비이자이익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의 덩치도 크다. 지난해 기준 은행의 신탁 수탁고는 총 495조4000억원으로 전체 신탁 시장(1166조7000억원)의 42.5%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 신탁업체인 부동산신탁사(342조4000억원, 29.3%)보다 규모에서 앞섰다.
은행의 신탁 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20%대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 왔다. 다만 2019년 하반기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부실 판매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탁 사업은 크게 후퇴했다.
실제 2019년 1조1263억원에 달하던 5개 은행의 신탁 수수료 수익은 이듬해 8044억원으로 28.6%(3219억원)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성장 동력을 되찾은 모양새다.
지난해 신탁 수익을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3172억원을 벌어들이며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은행(2049억원), 하나은행(1784억원), 우리은행(1348억원), NH농협은행(133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 신탁 부문이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는 저금리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자산관리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신탁 수탁고가 1000조엔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이자 수익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은행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있지만 수익률은 더 높은 신탁에 눈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비이자이익을 확대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은행의 경영 방침이 맞물리며 성장은 탄력을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신탁 시장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탁회사들의 영업경쟁과 수익성 추구로 신규 사업이 열리고 다양한 신탁 상품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이나 상조신탁 등 자산관리 목적에 맞는 다양한 새 신탁 상품들이 나오고 있고, 비대면 등 디지털화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며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만큼 신탁 시장의 성장 여력도 아직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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