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과 금융회사 출연금, 그리고 휼양전
[기자수첩] 금감원과 금융회사 출연금, 그리고 휼양전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5.1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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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에 과전법이 시행되면서 관리들에게 땅을 지급했다. 당연히 관직을 떠나면 반납해야 했지만, 젊은 관리가 죽어 과부나 어린 자녀를 남기면 수신전, 휼양전 등의 명목으로 먹고 살 길을 예외적으로 터 줬다. 

금융감독원의 팍팍한 복리후생이 문제가 되고 있는 와중에 휼양전을 새삼 생각해 본다. 

이번에 금감원이 한국은행과 케이뱅크 종합검사를 놓고 일종의 잡음을 낸 점도 이런 논의의 필요를 키운다. 한국은행 대 금감원의 힘겨루기가 금감원에 금융기관들이 내는 출연금 문제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돈다. 출연금을 받지 않으면 재정이 팍팍한 건 문제지만, 그 와중에도 따질 건 따지고 쓸 건 써야 한다.

요새 금감원이 임직원들 관련 비용 지출을 삭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금감원은 부서장·실장급의 항공운임을 비즈니스 가격에 맞춰 사용했지만, 이제 일반석 비용을 지급한다. 철도운임은 부서장·실장급부터 4급직원이 모두 1등석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지만, 이제는 모두 일반직원과 같은 2등석을 탄다. 

출장과 철야근무에 따른 숙박비 지급규모도 칼질을 당했다. 

직원들의 여타 복지혜택도 대거 축소됐다. 순직한 직원의 대학생 자녀에게 내주던 학자보조금은 중·고등학교까지만 지원된다. 

흔히 금감원을 '금융권을 정화시키는 암행어사'에 비유한다. 우수한 인적 자원이 쏠리는 것에 비해서는 여타 '꿈의 직장들 대비' 복리후생이 못 하다 하여 옛날부터 말이 많았다. 그래도 그동안엔 보람과 자부심으로 많은 이들이 지원을 하고, 장기근속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복리후생이 대폭 축소당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근래 금감원 내부를 시끄럽게 한 혜택 축소는 부하 직원들 대부분의 사기만 꺾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사료된다.

특히나 순직 직원들의 자녀를 위해 대학 학자금을 보태 주던 부분에 칼을 댄 것은 정말 심했다. 아무리 돈이 없다 한들, '비정한 직장'이어서야 되겠는가? 금감원은 지금 이때 휼양전의 뜻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런 기조에서 정말 막판까지 유지해야 할 복리후생이 뭔지부터 당당히 선언하자. 출연금 갈등이 기왕 불거졌으니 하는 말이지만, 돈이 부족하다 하여 이리저리 칼질부터 하면서 타기관들로부터나 내부 직원들에게 인심부터 잃는 건 문제다.

선언부터 하고, 조정할 것과 포기할 것을 두고 출연금 조정을 금융회사 더 나아가 한국은행과 해 보길 바란다. 휼양전이라는 역사 아이템의 검토에서 금감원이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