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붕괴, 의미 부재, 창궐하는 음모론… 미래는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을까?
소설의 선형적인 전개 구조를 뒤섞고 다종다양한 장르를 한 텍스트에 결집시키는 독특한 시도로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그만의 인상적인 문학적 궤적을 그려 온 소설가 정지돈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16일 민음사에 따르면 정지돈의 새로운 장편소설 ‘…스크롤!’ 이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됐다.
‘…스크롤!’은 21세기 초의 팬데믹 유행으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흐른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줄기(SE와 NE)로 전개된다. 한 줄기에서는 물리적 현실보다는 증강․가상 현실에 기반을 둔 복합 문화 단지 ‘메타플렉스’에 소속된 서점 ‘메타북스’ 점원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줄기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된 초국가적 단체 ‘미신 파괴자’ 소속 대원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뒤섞고 생략하거나, 인과관계 없이 파편적으로 나열된다. 정지돈 작가는 ‘컷업’ 기법을 차용해 “현실과 비현실, 가상과 실재, 미디어와 메타미디어를 오려” 붙여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이는 각 개인, 그리고 저마다 마주한 현실이 분화될 대로 분화된 근미래의 일면을 효과적으로 선보인다.
개인으로 쪼개진 우리와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더 잘게 분화될 수 있을까? 미래에도 그보다 앞선 미래를 열망하는 것이 가능할까? ‘…스크롤!’ 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스크롤!’을 통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대신, 질문 그 자체를 체험하게 된다.
한편, 소설가 정지돈은 201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중편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 장편소설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모든 것은 영원했다’ 등을 썼다. 2016년 문지문학상,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