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표나 검증없이 '무혈입성' 서울시 여야 구의원
[기자수첩] 투표나 검증없이 '무혈입성' 서울시 여야 구의원
  • 김용만 기자
  • 승인 2022.05.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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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국민의힘 일부 구, 직접선거 원칙 무색"
"정당공천 없애거나 3~5인 중대선거구 전환 필요"
김용만 기자
김용만 기자

서울 지역에서 6.1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당선이 확정된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광역시·도의원, 기초시·군·구의원, 기초비례대표의원 등을 망라해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하면서 사실상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사라졌다.

특히, 6월 1일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무투표 당선자들은 선거운동이 금지돼 정작 후보 본인들은 즐겁겠지만 이들의 자질이나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사라졌다. 심지어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거구에서 누가 당선됐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6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에 따르면 서울에선 기초의원 선거에 등록한 후보자 540명 중 107명(19.8%)이 선거 없이 당선이 확정됐다.

이는 거대 양당에 유리한 2인 선거구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초의원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부터 4인까지 선출이 가능해졌지만, 2인 선거구로 쪼갤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사실상 양당이 나눠 먹는 구조가 됐다.

무더기 무투표 당선이라는 참사는 서울시 양천구에서 발생했다.

2명 뽑는 선거구에서 2명만 등록한 곳이 전체 8개 선거구 중에서 무려 7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7대 양천구의회에서 2명이 무투표 당선인 경우는 있지만 이번 9대 선거에서 무려 14명이나 발생한 것은 대한민국 기초의원을 뽑는 제도와 환경과 여건이 근본에서부터 잘못됐다는 반증이다.

이 때문에 기초의원 정당공천을 없애거나 기득권 양당 독식이 아닌 다당제를 위해 3~5인 중대선거구로 전환하는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OX, 찬반이 아니라 3개 이상 선택지 중에서 좀 더 나은 사람을 뽑는다는 소박한 기대는 물 건너갔다.

또 새로운 시각과 관점 및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보겠다는 의욕과 의지를 꺾어 버리는 선거 제도 폐해를 양천구가 뚜렷하게 보여 주었다.

구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당선인 선거가 투표일인 6.1일이 아니라 정당공천이나, 후보 등록일에 이미 당선자가 되어 버리는 지방자치 선거, 국민 검증도 없고, 정견 발표도 없고, 정책 대결도 없이 구민 선택을 없애 버리는 지방자치 선거, 구의원 16명 중에 14명이 국민이 아니라 정당 내부에서 뽑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방자치 선거, 연 5000여만 원 세비 구의원 일자리를 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 공천으로 정해 버리는 지방자치 선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선거구 쪼개기로 2인 선거구를 만들어 버린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급기야 선거 4대 원칙인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서 직접투표 원칙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변죽만 올리고 말았다. 국민의힘도 입으로만 중대선거구를 떠들었다.

그 결과가 전국 3000여 명 기초의원 중에 겨우 40명 정도만 3~5인 시범 선거구로 뽑는 ‘눈 가리고 아웅’의 공직선거법 개정이다.

[신아일보]서울/김용만 기자

polk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