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로...이찬우 '제2의 최수현' 부각 가능성
김주현 금융위로...이찬우 '제2의 최수현' 부각 가능성
  • 임혜현·김보람 기자
  • 승인 2022.05.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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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역학관계서 중량감으로 새 원장 보좌 적임
불이익 견뎌 끝내 '제몫 찾아가는 금감원 인사' 상징성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경제정책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긴축 돌입 등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최상목 경제수석 등을 발탁해 대응에 나섰는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새 선장을 뽑아야 될 상황이라 시선이 모아진다. 

13일 관가와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사실상 낙점됐다. 여기에 정은보 금감원장의 돌연 사의 표명으로, 내부 출신 발탁론과 금융을 잘 아는 검사 출신 중용론 등 설왕설래 중이다. 

여기서 일단 경제 관료 출신으로는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이 거론된다. 이병래 부회장은 금융위 대변인 등을 지내 금융 전문성이 있고, 이 수석부원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긴 하나, 금감원에 옮겨와 정착한 터라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조직을 아우르는 데 장점이 있다는 평이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특성에 발맞춰 금융 관련 부문에서도 검찰 출신이 뜰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검사 출신으로 금융 관련 경험을 많이 쌓은 인사들인 정연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박은석 전 금감원 국장 등이 차기 금감원장감으로 거론 중이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의 카운터파트격 조직인 금융위와의 관계 설정상 이찬우 수석부원장이 오묘한 위상에서 상당 기간 고생해 줘야 할 때라는 풀이가 나온다. 

금융위가 정책, 금감원이 집행을 주로 맡으면서 업무협력을 하는 구도로 볼 수 있지만, 실상 금감원을 금융위의 수족 정도로 지금도 생각하는 인식을 가진 이들도 많다.

이런 구도를 깨는 게 다름아닌 검찰 출신 새 금감원장 발탁 가능성이다. 기획부터 집행, 수사지휘 등에 두루 능하고, 법무부나 대검찰청에서 정책 검토를 맡기도 하는 등 고위급 검사를 지낸 이들이 금융위에 대응할 금감원장 역할을 하기 적합하다는 것.

경우에 따라 새 정부 들어 금융위 기능을 대부분 뺏어 금감원을 강화할 때 검찰 출신 수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제는 내부 사기나 전문성에서 금감원 내지 경제 관료 출신이 새 금감원장이 되는 경우의 장점은 이 경우 뒤로 미뤄야 한다는 점.

일각에선 이미 수석부원장에 오른 이찬우 수석부원장이 강력해진 새 조직을 위해 한동안 2인자 자리에서 수고해 줘야 한다는 당부성 전망도 제시한다. 이런 점은 '제2의 최수현' 역할을 그에게 주문하는 것이라 큰 의미가 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의 문제적 행보와 금감원과의 악연을 깨는 역할에서도 주목된다.

차기 금융위원장에 유력한 김주현 회장은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무부에서도 핵심인 증권국과 금융정책실 등을 거친 ‘순혈 모피아’다. 금융위로 이동한 뒤에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소장) 등 경험도 있다. 

그런 그가 예보로 갈 당시,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알력을 빚었다는 논란이 있었다.

김주현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수현 당시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예보 사장 유력 후보로 꼽혔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최 부원장을 예보 사장으로 보내고, 김 사무처장을 최 부원장 후임으로 심고 싶어하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 최수현 수석부원장 체제가 열린지 막 1년쯤인데,  그를 이동시키는 건 너무 빠르다는 항의가 나왔다. 결국 권혁세 당시 금감원장이 나서 교통정리를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이런 볼썽 사나운 자리다툼 끝에 예보 사장을 지낸 뒤 우리금융그룹이 갖고 있는 연구소 대표까지 꿰차는 낙하산 행보도 선보였다.

최수현 당시 수석부국장은 이런 수모에도 자리를 지켜 금감원 발전에 기여했고, 결국 나중에 금감원장에까지 올랐다.

최수현 전 금감원장(왼쪽)과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최수현 전 금감원장(왼쪽)과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사진=금융감독원)

나중에 그가 '동양그룹 사태' 당시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과 대등한 전문성과 식견으로 '관계공직자 4자 회동'을 하며 일을 풀어간 것은 금감원 역사에 남을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에 그런 금감원과의 악연이 있는 김주현 회장이 새 금융위원장감으로 거론되는 와중에 이찬우 수석부원장이 검찰 출신에 원장 자리를 양보하고, 금감원 출신들을 대표해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런 흐름 속에서 의미있는 데자뷰가 될 수 있다.

검사 출신 새 금감원장 후보들과의 구도가 그렇게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이찬우 수석부원장에겐 그나마 위안거리다. 행시 출신인 이찬우 수석부원장은 1966년이고, 사시를 거친 정연수 전 부원장보는 1961년생,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 쓴소리를 한 강골검사 출신 박순철 전 국장은 196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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