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청년인턴 매년 뽑지만 정규직 전환 '전무'
국책은행, 청년인턴 매년 뽑지만 정규직 전환 '전무'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2.05.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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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고용과 무관한 '체험형' 인턴 선발에 머물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들은 매년 1000명에 달하는 청년 인턴을 선발하지만 정규직 전환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운영하는 인턴 제도가 채용 연계로 이어지지 않는 ‘체험형 인턴’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개(KDB산업·IBK기업·한국수출입은행) 국책은행이 지난해 선발한 청년 인턴은 총 1090명이다. IBK기업은행은 694명으로 가장 많았고, KDB산업은행(276명), 수출입은행(120명)이 뒤따랐다.

올해 상반기 중에도 기업은행은 350명, 산은과 수은은 각각 100명 규모의 청년 인턴을 운영한다. 다만, 이 가운데 정규직 전환 등 직접 채용을 목적으로 인턴을 모집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들의 청년 인턴 채용은 정부의 ‘공공기관 청년 인턴 가이드라인’의 일환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청년 채용 활성화를 위한 인턴 채용을 권고하고 있다. 미취업 청년층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해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채용 연계형(채용형)’과 ‘체험형’으로 구분된다. 채용형 인턴은 정식 고용을 목적으로 모집해 인턴 기간을 마치고 일정 기준 이상의 근무 평가를 받으면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진다.

반면 체험형은 정규직 채용이나 재계약 보장 없이 정해진 기간 업무를 경험하는 수준에 그친다. 국책은행들은 이 체험형 인턴 선발만 고집해 정부의 취지를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체험형 인턴은 질 좋은 일자리도 아니다. 실제 국책은행들의 청년 인턴 채용공고를 보면 보통 주 35~40시간, 1일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한다. 일반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는 근무 시간표다.

이들의 급여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산업은행 202만원(이하 세전 기준) △수출입은행 200만원 △기업은행 167만원으로 최저임금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근무기간도 짧으면 1개월에서 길어도 반년도 채 안 된다.

국책은행과 달리 다른 공공기관 중 다수는 꾸준히 채용형 청년 인턴을 고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278명의 채용형 인턴을 선발했고, 올해도 1분기에만 20명을 추가로 뽑았다. 금융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도 같은 기간 80명의 청년인턴을 채용형으로 고용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선발한 청년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는 않지만, 신입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와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공채에 합격한 인턴 출신 직원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