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식품기업 '아워홈' 초석 닦은 구자학 창업주 별세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초석 닦은 구자학 창업주 별세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2.05.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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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2세…姑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셋째 아들
럭키·금성사·LG건설 경영 '대한민국 산업 1세대'
일개 부서 독립, 2조 기업 일군 탁월한 경영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아워홈]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아워홈]

대한민국 산업 1세대이자 국내 대표 단체급식·식자재 기업을 이끈 아워홈 구자학 회장이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LG가(家)의 구자학 회장은 2000년 당시 LG유통에서 분리한 일개 사업부를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한 대형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내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아워홈은 현재 경영권 매각을 두고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3녀 구지은 부회장 간 '남매의 난’으로 위기 상황이다. 따라서 구자학 회장 사후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아워홈은 창업주인 구자학 회장이 12일 오전 5시2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구자학 회장은 1930년 7월 경남 진주에서 고(姑)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소령으로 전역했고, 6.25 전쟁에 참전해 다수 훈장도 받았다. 

그는 1957년 姑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셋째 딸 이숙희 씨와 결혼하고,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역임하며 삼성에서 일했다. 삼성이 1969년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당시 금성)와 경쟁하게 되자 구 회장은 LG그룹으로 돌아와 럭키(現 LG화학)와 금성사(現 LG전자), 금성일렉트론(現 SK하이닉스), LG건설(現 GS건설)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일선에서 뛰었다.

그는 2000년 LG유통(現 GS리테일) FS(푸드서비스)사업부를 분사 독립시켜 지금의 아워홈으로 키웠다. 당시 LG에서 화학과 전자, 반도체, 건설 등 핵심사업을 지휘했던 그가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사업부를 맡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상당히 의아했다고 한다. 그가 가진 역량과 비교해 너무 작은 규모의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구자학 회장은 단체급식사업도 화학·전자처럼 대형 R&D(연구개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설립 첫 해 별도의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국내 단체급식업계 첫 사례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1만5000여건에 달하는 레시피를 개발했고, 매년 약 300종의 신메뉴를 내놓고 있다. 

70대 초반이던 구 회장은 회사 설립 초창기 향후 식음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물류 시스템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전국 각지로 부지를 찾아 나섰다. 아워홈은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은 9곳의 생산시설과 14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며 전국 어디든 1시간 내로 신선한 제품을 제공하는 역량을 갖췄다.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구자학 회장. [사진=아워홈]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구자학 회장. [사진=아워홈]
지난 2009년 아워홈의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구자학 회장. [사진=아워홈]
지난 2009년 아워홈의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구자학 회장. [사진=아워홈]
2018년 당시 직원과 얘기를 나누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아워홈]
2018년 당시 직원과 얘기를 나누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아워홈]

그는 또 2010년 중국 단체급식시장 진출에 이어 2014년 청도 식품공장 조성, 2017년 베트남 급식시장 진출, 2018년 미국 LA 기반의 기내식 업체 하코(HACOR) 인수 등 글로벌 사업도 꾸준히 확장했다. 

구 회장은 평소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아워홈은 이를 바탕으로 단체급식과 식자재유통은 물론 식품과 외식, 기내식, 호텔 운영까지 사업다각화에 성공하며 매출 2조에 가까운 대형 종합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아워홈은 현재 경영권을 두고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3녀 구지은 부회장 간의 남매의 난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워홈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로 최대 주주다. 이어 장녀 구미현 20.06%(자녀 보유분 포함),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19.6%, 3녀이자 아워홈을 경영 중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구자학 회장의 3녀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좌)과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우). [사진=아워홈, 연합뉴스]
구자학 회장의 3녀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좌)과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우). [사진=아워홈, 연합뉴스]

보복운전과 횡령·배임으로 지난해 해임된 장남 구본성이 장녀 구미현과 동맹을 맺고 ‘지분 동반매각’ 카드로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요구하며 구지은 부회장을 압박 중이다. 하지만 최근 구미현이 임시 주총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알려지면서 오히려 구 전 부회장과 동맹에 금이 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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