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와타나베 히로유키의 죽음이 우리에게 말했다
[기자수첩] 와타나베 히로유키의 죽음이 우리에게 말했다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2.05.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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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미남 배우가 사망했다. 와타나베 히로유키. 향년 66세.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그가 왜 세상을 떠났을까. 팬들은 의아해 했다. 더욱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히로유키의 가족이 요코하마 자택 지하 체력단련실에서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기 전까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 등을 섭렵하던 그가 아니던가 말이다.

사망한 후 전해진 소식은 2017년부터 정신적 불안감을 호소해왔고, 최근에는 1억엔(한화 약 9억75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지만 실패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1982년 영화 ‘온 더 로드’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 큰 인기를 얻은 그는 1994년 동료 배우 하라 히데코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후 1남 1녀를 낳고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꼽히는 등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이어왔다는 사실에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 한 정신과 의사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에 무엇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을 버리는 그들이 목숨을 스스로 끊을 정도로 지독하기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고 더는 그 고통을 감내하기가 어렵기에 처절한 힘듦 앞에서 이제 그만 마지막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그것이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이유라고 했다. ‘극단적’이 아닌 ‘오랜 시간 버틴 고통의 결과’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배우. 화목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 그를 이토록 절벽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단지 돈 때문이었을까. 그가 죽자 일제히 ‘투자 실패’로 인한 비관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고정적으로 출연하던 드라마도 있었고, 올해 가을 개봉예정인 ‘사다코 DX’를 포함해 6편의 영화출연이 예정돼 있던 그였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미소 짓던 그 연기를 다시 볼 수 없다니…. 스크린에서의 활달함과 달리 자택 인근에서 목격된 그의 모습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곤 했다고 한다.

먼저 간 사람의 억울함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가 죽음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말하려고 했던 것. 그것을 ‘극단적’이라는 세 마디로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배우, 그가 남기고 간 자취는 사라지고 돈 때문에 목숨을 버린 약한 남자로만 남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