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정부는 1970년 오일 쇼크 때 각국이 겪은 엄청난 고통이 재연되지 않도록 긴급 항로를 설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받았다.
대선과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드러난 바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회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음으로써 글로벌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중요한 개념은 시장경제주의 위주로 편성된 ‘경제원팀’이다. 한덕수 총리 지명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지명자를 비롯해 정부를 구성할 주요 인사들 대부분이 시장경제질서에 기반한 정책수립과 집행에 능통한 인물들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새 정부가 이른바 ‘성장의 리빌딩’을 이뤄주길 바라는 시각이 재계 안팎에 대두된다. 하지만 무한한 자유나 시장만능주의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일 ‘110대 국정과제’에서 새 정부 경제 질서 이슈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활성화’가 선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미묘한 영역마다 과감한 판단 이후 시장과 공정 간의 조율을 위한 협력과 설득이 각개 격파 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경제사령탑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지지부진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기재부 관료에 둘러 싸여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문그룹 키우기에도 공을 들일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런 첫 ‘시장+공정’ 융합 정책의 시험대에는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변동금리 주담대를 낮은 고정금리로 대환추진하는 방안이 오른다.
새 정부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의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는 소리가 나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추가경정예산과도 관련된 사항이라서 공식 발표 전까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활동에서는 무리한 기업 옥죄기 규제는 덜어내되 공정질서 감시 본연의 역할은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blur)’ 상황에서 정권 초 경제정책 승부수로 금융업의 질서 개편과 차세대 성장 동력원 제고를 띄울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지난 3일 인수위 관계자는 “종합 금융 플랫폼 구축을 제약하는 요인을 해소하겠다”며 “금융 산업의 자율성·역동성·경쟁력 제고 및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큰 틀은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기성 금융사와 빅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를 가미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경제의 어느 세부 영역이든, 사실상 정부가 공정 경쟁을 통한 ‘교통정리’를 할 것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이 도출된다.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신념을 바탕으로 성장지향형 산업 전략을 적극 추진해 혁신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