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금사 신기루' 답습 말아야
[기자수첩] '종금사 신기루' 답습 말아야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5.0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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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의 사라져 젊은 기자들 사이에선 개념조차 생소한 종합금융사라는 업태가 있다. 종금사 전성시대가 그렇게 오래 전 일도 아닌데 말이다.

한국의 종금사 전성시대는 1995년 개막됐다. 1995년부터 1996년 새 24개의 투자금융사가 종금사로 전환됐다. 종금사 대폭 확충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등 외환 영업기능을 갖추고 우리 금융 경쟁력을 확충할 차세대 먹거리가 돼 줄 '신의 한 수'로 기대를 모았다.

종금사 사람들이 기존 은행원보다 고액 연봉을 누리며 더 귀족같은 기세를 떨치고 다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은행과 대등한 역량을 갖추지도 못한 회사들이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외국 자금을 빌려오기도 어려웠고, 힘들게 빌려와도 대개 1주일 짜리 단기자금이었다. 이 돈을 운용하는 곳이나 노하우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종금사들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사막의 오아시스 주변에서 번영했지만 물을 스스로 찾는 법은 몰랐던 신흥 귀족들의 몰락이었다.

이제 핀테크·금융기관·빅테크 등 3개 영역 간 빅블러(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논의 때문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때에 새삼 종금사 신기루를 회상해 본다.

일단 일반인들의 관심사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지만 금융계에서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을 놓고 업권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전금법 개정안 상의 종지사 개념은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을 모두 할 수 있다. 별도 등록 없이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까지 할 수 있다. 물론 새 플레이어인 종지사의 등장이 갖는 장점도 작지 않다. 빅테크 기업에 지급 서비스가 개방되면, 대출 시장의 전 금융권 경쟁 효과가 촉진된다. 이에 따라 예대마진이 하락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커 보인다. 종지사는 선불충전, 후불결제 등 계좌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영위하지만,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사실상 금융업을 하면서 금융회사처럼 '은행법'이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셈이다.

형평성에 어긋난 제도는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있을 수 없고, 현대자본주의의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어긋난다. 그런데, 지금 법 개정 국면의 관심사는 규제 완화, 차세대 먹거리에만 맞춰져 있다.

전금법 개정안의 사각지대에 생기는 오아시스를 왕년의 종금사 같은 괴물이 차지해선 안 된다. 그 최소한이 전금법 개정안과 은행법, 금소법 간의 조화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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