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잔액 5.9조원…달러당 엔화 20년 만에 130엔 넘어
엔화 가격이 떨어지는 ‘엔저’ 현상이 심화한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6044억엔(5조9000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만 지난해 말 대비 22%(1078억엔) 불었다. 특히 지난 3월 한 달간 잔액은 579억엔 늘어나며 올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3월 들어 엔화값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유학생 가족이나 무역업체 등 평소 엔화 거래를 해야 하는 수요자들이 미리 환전을 해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 엔화가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 목적의 자금도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서울 외환시장 마감 기준 엔화에 견준 원화 환율은 100엔당 964원 수준으로, 2월말(1041원) 대비 7.4% 하락했다. 우리나라에서 엔화 환율 가늠자로 통하는 ‘100엔=1000원’ 기준이 무너진 셈이다. 100엔당 원화가 1000원 아래로 추락한 것은 지난 2018년 12월 이후 3년여 만이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2002년 4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130엔을 넘어섰다.
엔화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취급된다. 화폐 중에서 미국 달러 다음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국제정세와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면 엔화 가치가 오른다’는 외환시장의 공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엔저 현상이 두드러지는 까닭은 일본이 ‘나 홀로’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주요국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일본은 이에 따라가지 않고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디플레이션이 우려가 존재하는 일본의 경제 상황과 부채 등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에서다.
엔화 가격이 급락하자 은행권에서는 엔화 투자 관련 문의가 늘었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영업점으로부터 엔화 투자 전망에 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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