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녹취록’ 정영학, “형사책임 질까봐 녹음… 김만배 두려웠다”
‘대장동 녹취록’ 정영학, “형사책임 질까봐 녹음… 김만배 두려웠다”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2.04.27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일 곽상도·김만배·남욱 2회 공판 증인 출석… 녹음파일 화두
“김만배가 허위답변 강요에 책임 전가… 주변에 고위층 많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영학 회계사가 해당 사업과 관련해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대화를 녹음했다고 밝혔다.

특히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화천대유 컨소시엄이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허위답변을 강요했다면서 김씨 주변에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들이 많아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곽상도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김만배 씨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회계사는 법정에서 녹음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또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자신이 처리했다고 허위 답변하도록 김씨가 강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계사는 “지난해 9월부터 제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온갖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며 “김씨 주변에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들이 많아 두려워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각종 로비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전 동업자 정재창 씨에게 입막음 대가로 건넨 90억원을 김씨가 자신에게 부담시켰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정 회계사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김씨, 남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출돼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로 떠올랐다.

김씨와 남 변호사 측은 이 녹음파일을 누군가 조작했거나 원본과 동일하지 않은 파일이 제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해왔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첫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재판이 연기되면서 무산됐다. 재판은 최근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29일로 일정이 미뤄진 바 있다.

한편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함께 과거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다가 무산되자 김씨와 동업 관계를 맺고 사업을 다시 추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배임죄로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

[신아일보] 한성원 기자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