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집행법이 문제가 아니에요' 기업은행, 국민은행에 나라사랑카드 전쟁 선포
'민사집행법이 문제가 아니에요' 기업은행, 국민은행에 나라사랑카드 전쟁 선포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4.2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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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급여안심통장, 압류 방지 선의로 개발…이면엔 충성도 높은 고객 유치 문제
나라사랑카드, 은행마다 군침…이익 귀속 문제 등 '물밑 무리수 전쟁' 매번 논란
(사진=IBK기업은행)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병사들의 급여 관련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았다고 대대적으로 선전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은행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군 장병 급여에 대해 압류를 방지할 수 있는 'IBK장병급여안심통장'을 22일부터 출시, 판매에 돌입한다.  또 이 예금 상품은 전월 기준 국군재정관리단을 통한 급여이체 실적이 있는 경우 전자금융 이체수수료, 기업은행 자동화기기 타행이체수수료 등을 횟수 제한 없이 면제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아울러 당발송금(기업은행에서 나가는 송금) 및 환전 시 주요통화(USD, JPY, EUR)의 환율을 70%까지 우대받을 수 있다.

군 장병으로서 급여를 수령하는 실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하며, 기업은행의 영업점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며 별도의 자격확인서류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포용금융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득의만연한 분위기다.  

그런데 사족 논란이 이 같은 쾌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바로 이 '장병급여안심통장'과 민사집행법과의 괴리 부분이다. 

이 상품의 혜택이 여러모로 풍성하지만, 현재 기업은행이 가장 앞세우는 부분은 장병 급여에 압류 조치를 하지 못하게 방지한다는 부분이다. 군인은 급여가 많지 않은 터라, 세간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이런 상황이 더 귀중하게 느껴진다는 반응, 호감이 가는 상품이고 좋은 상품을 만든 좋은 은행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허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는 민사집행법상 규정 때문으로, 제195조에는 압류가 금지되는 물건을 정한다. 의류나 침구 등 생활필수품, 소액의 금전(1개월치 생활비 정도), 소량의 식료품, 연료 등은 생존을 위해 뺏어가지 못하는 것. 아울러 훈장이나 족보 등 명예감정에 해당하고 실질적으로 금전적 값어치는 크지 않은 경우, 직업 수행에 꼭 필요한 제복이나 관복 등도 집행 대상에서 배제된다. 또 이 법 제246조는 채권에 대한 압류도 여러 경우에 금지하는데, 각종 유족부조료나 구호사업으로 얻은 채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급료나 퇴직금도 1/2 이상은 압류할 수 없으니 이는 생활의 기초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정책적 고려다. 기타 등등 여러모로 이런 것까지 압류한다는 건 심하다는 상식적 범주에 해당하는 돈은 압류를 원천 금지한다. 이 조문의 제1항 3호가 바로 '병사의 급료'를 정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금 법률상 아예 압류 대상 배제인 것을 놓고 상품 개발의 생색을 내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한 법무사는 "법원 출신이 아니라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려운데, 집행관들이 이 법조항을 아는데, 장병 급여 같은 배제 대상에 굳이 압류를 시도했다가 나중에 풀어주는 억지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채권자 측의 신청이 들어와도 압류에 응해 사무처리를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한 변호사는 "(실제 쓸모가 클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압류를 하지 말라고 써 붙인 장병 급여 통장을 굳이 만든 것이니, 노력이 가상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해당 은행의 법적 무지 논란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은행계에선 이런 가능성에 고개를 내젓는다. 상품을 개발할 때 일반예금 같은 경우엔 크게 신경을 안 쓰긴 해도 준법감시 스크린을 받는 내부통제와 그 해당 제도가 갖춰져 있는데, 법무 관련자가 전혀 없는 회사도 아니고 기업은행이 전혀 이를 몰랐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은행권 관련자의 해석이 나오는 것. 

오히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장병급여안심통장 탄생 배경이 독단적인 상품 개발도 아니고, 기업은행이 국군재정관리단과 맺은 '군 장병 인권보장 및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장병급여안심통장 업무협약' 체결이었음을 감안하면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기업은행 측 설명은 명쾌하다. 

"이론은 그렇지만, '실무상 관행 문제'를 고려해서 상황을 봐 달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젊은 나이(젊다 못해 어리다는 표현마저 가능할 정도의 나이)지만, 밖에서 문제가 생긴 뒤 입대해 급여에 압류가 붙는 경우가 생각 외로 꽤 된다"고 짚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장병이 압류로 통장을 못 써서,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받는 가슴아픈 경우마저도 있다고 한다"면서 "이런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서 상황을 살펴 봐야 한다. 일단 압류가 안 된다고 강경하게 맞서 주고 소송 등으로 문제를 군에서 해결해 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상품을 아예 만드는 게 현실적 대안이고, 이 관련 아이디어는 군과 해당 은행 측 접촉 과정에서 얻어진 협업의 산물이라는 해명이다.

그래서 이 상품 추진 배경에 다른 게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그래서 뒤따른다. 은행계에서는 KB국민은행에 대한 도전으로 이를 해석한다. 현재 장병들은 복지 이용을 위해 군과 협약을 맺은 은행들에서 '나라사랑카드'를 만든다. 제휴 은행은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이다.

문제는 20대 초반에 이를 만들어 두면, 제대 후에도 이를 없애지 않고 각종 연계 상품 수요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지점이다. 그래서 은행들로서는 이 나라사랑카드 유치에 상당히 공을 들이기도 한다. 과거엔 신한은행이 이 상품으로 톡톡하게 재미를 봤고, 기업은행으로서는 국민은행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협약 체결 등 다소 무리한 수를 두면서까지 아이디어 상품 미끼로 장병들의 눈길을 끌고자 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이 시장에서의 파이를 지키고자 하는 집념도 무서울 정도다. 국민은행은 나라사랑카드 수익금 귀속 문제로 감사원에서 지적을 받았는데, 이는 왜 이익을 국방부가 아닌 군인공제회에서 받았느냐는 것이다. 이는 은행이 이를 군인공제회에 지급했기 때문이다. 서슬퍼런 감사원 지적에도 국민은행은 2019년까지도 나라사랑카드 발급 수수료를 국방부가 아닌 군인공제회 측에 계속 건넸다. 해당 은행은 당시 취재 문의에 "사업공고 때부터 정해져 있고 공개됐던 내용이라 군인공제회 쪽으로 (지급을) 이행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국고 귀속 논리나 행정적 처리의 정합성 문제보다, 해당 사업을 군과 잘 하려면 든든한 줄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국민은행이 무리수를 둔 경우다.

그런데 이번엔 기업은행이 아예 실세인 경리단(재정관리단과의 옛 이름이지만 지금도 종종 애칭처럼 쓰임)이라는 동앗줄을 잡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국민은행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복리를 위한 해당 카드 분야가 은행간 경쟁과 시장 과열 암투에 노출됐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래서 널리 사정을 공지하고 상품 폐지까진 몰라도 상황에 대한 캠페인(군 장병에 대한 채권자들의 최소한의 배려) 등 기업은행 측 시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목소리가 나온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