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상품 운용 '한계'…가입자도 안전자산 선호
은행권은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등 개인연금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은행은 금융업권 중 덩치가 가장 크지만 보수적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수익률은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연금 시장은 ‘100세 시대’가 날로 부각 되면서 매년 성장세지만 은행권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연금저축신탁 평균 수익률은 ?0.01%다. 몇 년간 1~2% 수준의 낮은 수익률을 이어오다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다.
증권사가 굴리는 연금저축펀드(13.4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보험사에서 운용하는 연금저축보험(생명보험사 1.83%, 손해보험사 1.63%)보다도 뒤처진다.
연금저축은 대표적인 개인연금 상품이다. 개인이 노후를 대비해 자발적으로 가입·납입하는 형태다. 연간 납입금액 400만원 한도로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수익금 등에 붙는 세금을 과세 이연해줘 절세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연금저축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60조원에 달한다.
연금저축은 보험사에서 다루는 ‘연금저축보험’과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 은행에서 취급하는 ‘연금저축신탁’으로 나뉜다.
이 중 은행의 연금저축신탁은 수익률 저조를 이유로 지난 2018년부터 신규 판매가 중단됐다. 다만 81만명의 기존 가입자와 17조원의 돈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연금저축신탁 수익률은 2019년 2.34%, 2020년 1.72% 등 다른 업권 대비 저조한 수치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은행에서 집중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은 각종 세제 혜택으로 무장해 최근 조명 받고 있는 개인형퇴직연금(IRP)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49조7000억원으로 전년(130조4000억원) 대비 14.8% 증가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295조6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6%로 가장 높다.
하지만 수익률은 신통찮다. 지난 한 해 수익률은 1.59%로 예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증권사(3.17%)와 생보(1.93%), 손보(1.69%) 등 타 업권에도 밀린다.
이같이 수익률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의 한계 탓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가장 안정적인 금융사로 평가되는 만큼 은행에서 개인연금에 가입한 금융소비자 역시 대부분 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자산 운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금저축신탁의 경우 80% 이상이 국공채나 투자 등급 이상 우량 채권 등에 투자되고 있다. 채권형 상품은 안전성은 높지만 큰 수익을 내기 힘들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는 운용이 더 불리해진다.
이런 까닭에 은행도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수익률이 더 높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운용한다. 지난해 수익률도 5.63%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 중 84%는 수익률이 1.06%에 불과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원리금 비보장형 개인연금 상품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신, 증시나 금리 등 외부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원금을 손실할 수도 있는 위험 탓에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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