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글로벌 공룡 목에 방울달기
[기자수첩] 글로벌 공룡 목에 방울달기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04.18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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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룡기업의 횡포에 대항할 수단은 어떤 게 있을까.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강행 논란에 문득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엄중대처를 예고했지만 빠른 시일 내 해결하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달 들어 오는 6월1일까지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앱 내 외부 결제용 아웃링크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앱마켓(플레이스토어) 퇴출을 통보했다. 또 앱 내에서 결제 시 자사 시스템 또는 제3자 결제만 허용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앱 사업자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정부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 후 수수료 완화 등을 기대했지만 구글의 꼼수에 오히려 부담만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시행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앱마켓 시장을 장악한 구글, 애플 등의 갑질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앱마켓 사업자가 자체 인앱 결제 외 제3자결제 방식을 허용토록 하는 게 골자다. 구글은 이전보단 결제수단을 다양화 했다는 입장이지만 제3자 결제방식에도 수수료를 26% 매겨 사실상 자신들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위법소지가 있다며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빠른 해결은 요원하다. 방통위는 구글이 법 위반을 예고했다 해도 실제 피해가 발생해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방통위가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내려도 구글이 행정소송을 밟는다면 대법원 판결까지 2~3년 이상 걸린다. 정부 조치만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입점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건 어떨까.

예를 들면 입점 기업들이 ‘구글 앱마켓 보이콧’ 운동을 벌이는 방식이다. 물론 이 또한 쉽진 않다. 현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선 구글과 애플의 채널이 절대적이다. 다만 국내 앱마켓 시장에 한정해 한국 기업들이 똘똘 뭉쳐서 단체 행동을 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국내엔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대체할 앱마켓 ‘원스토어’도 있다.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은 소비자 캠페인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구글 앱마켓을 보이콧 하라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원스토어, 갤럭시 스토어는 구글 플레이를 대체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도 피해를 받았다. 웨이브,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원 플랫폼들은 이달부터 인앱결제 시 요금을 최소 14% 이상 인상했다. 그러나 홈페이지로 접속해 웹에서 구독료를 결제하면 이전과 요금이 동일하다. 아웃링크가 구글 플레이 결제수단을 거치지 않고 요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널리 알리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jangstag@shinailbo.co.kr